경찰, 마약과의 전쟁…검사 속도 높이고 첨단장비 연구개발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경찰이 날로 교묘해지는 마약 유통 수법과 신종 약물 등장에 대응해 마약수사 기법을 진화시키고 있다.

현장에서 투약 여부를 빠르게 탐지할 수 있는 간이 시약기를 확대 도입한 데 이어 피부에 패치를 붙여 검사하는 방식의 첨단장비 개발도 추진 중이다.

10일 경찰청 범죄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전국 마약범죄 검거 인원은 1만7844명(잠정)으로 2022년 1만2373명보다 44% 증가했다.

범정부 마약범죄 특별수사본부(특수본) 통계로는 작년 1∼10월 단속 인원이 2만2393명으로 이미 2만명을 넘긴 동시에 역대 최다를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해부터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강력한 단속·처벌에 나섰으나 마약범죄는 온라인 유통 경로 확대와 상대적으로 느슨한 검역 시스템 등을 틈 타 좀처럼 세가 꺾이지 않는다.

경찰대학 치안정책연구소는 작년 말 발간한 ‘치안전망 2024’ 보고서에서 빅데이터 분석을 토대로 올해 마약범죄가 지난해보다 약 13% 증가할 것으로 예측하기도 했다.

이에 경찰은 올해 들어 현장에서 보다 강력한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경찰청은 일명 ‘좀비 마약’으로 불리는 펜타닐 전용 간이 시약기를 처음 도입했다.

펜타닐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소변용 간이 시약기로, 국내에는 물량이 없어 해외에서 총 5000여개를 들여와 전국 경찰서에 배포했다.

기존의 간이 시약기로 잡아낼 수 있는 마약은 필로폰·대마·모르핀·코카인·엑스터시·케타민 6종이다. 펜타닐 투약 여부를 확인하려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검사를 맡겨야 했다.

경찰청은 또 소변이 아닌 타액을 채취하는 방식인 타액용 간이 시약기 1200여개를 전국 경찰서에 지급해 교통사고 등 단속 현장에서 활용하도록 했다.

코카인·케타민·필로폰·대마 등 주로 투약하는 마약 6종의 투약 여부를 3분 만에 확인할 수 있다. 피의자가 화장실로 이동해야 했던 기존 소변 채취 방식과 비교하면 절차가 간편하고 결과도 빨리 나온다는 장점이 있다.

경찰은 또 올해부터 시도청 신임 수사관 수사기초교육과정에 ‘마약범죄 수사’ 내용을 추가했다. 마약범죄 수법이 교묘해짐에 따라 신임 경찰의 수사 능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을 반영한 결과다.

'마약음료'를 효과적으로 적발하기 위한 ‘약물이용범죄 휴대용 신속탐지’ 기술은 내년 3월까지 고도화를 거쳐 현장에 보급할 예정이다.

불법마약류 신고 또는 의심 현장에서 필로폰·케타민·코카인·헤로인·엑스터시·GHB(일명 물뽕) 등 16종의 마약을 1개의 꾸러미(휴대용 탐지기)로 손쉽게 탐지하는 기술이다. 기존에는 꾸러미별로 1종의 마약만 탐지할 수 있었고 탐지 가능한 마약류도 5종에 그쳤다.

장기적으로는 첨단기술 연구개발에도 나선다.

경찰청과 관세청은 올해부터 3년간 35억원을 투입해 국가연구개발사업으로 ‘치안·관세 현장 맞춤형 마약 탐지·검사 시스템 개발’을 진행한다.

치안·관세 현장에서 20종 이상의 불법 마약류 소지를 판별할 수 있는 휴대용 라만분광기와 마이크로니들 패치(무수히 많은 미세한 바늘이 달린 패치)를 붙여 혈액과 유사한 간질액을 채취하는 방식으로 마약을 검출하는 간이 검사 패치를 개발하는 내용이다.

마이크로니들 패치의 경우 1분만 부착해도 5분 이내에 14종의 마약 투약 여부를 확인할 수 있고 혈액 채취 방식보다 피검사자의 거부감이 덜해 간이 검사 시 활용도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경찰청은 “2016년 마약 청정국 지위를 상실한 이후 인구 1300명당 1명이 매일 1회씩 투약하는 것이 의심될 정도로 마약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했다”며 “마약 단속·수사 분야 투입인력 확대 외에 고도화된 마약 탐지·검사 업무 지원 시스템 개발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