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드정권 맞선 ‘시리아 만델라’ 리아드 알투르크, 파리서 별세

리아드 알투르크. [인터넷 캡처]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시리아 독재정권에 맞서 온 리아드 알투르크가 망명지 프랑스에서 93세의 나이로 별세했다.

8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알투르크가 올해 1월 1일 프랑스 파리 북부 교외 오본의 한 병원에서 사망한 사실을 그의 딸인 쿠자마 투르크가 인터뷰를 통해 확인했다며 고인의 삶을 집중 조명했다.

알투르크는 평생 시리아의 폭압 정권에 맞서면서 ‘시리아의 만델라’로 불려 온 야권 지도자다. 그는 네 차례나 수감되면서 거의 20년을 감옥에서 지냈다. 수감 생활 중 반복된 고문에 시달렸지만 정권의 탄압에 굴복하지 않았다.

1930년 시리아 중부 홈스에서 태어난 알투르크는 수도 다마스쿠스에서 법대를 졸업한 뒤 시리아공산당에 가입했고 22세 때인 1952년 군부 쿠데타를 비판하다가 처음 수감됐다. 당시 그는 재판도 받지 않고 5개월 동안 감옥에 갇힌 채 고문을 당했다.

1958년에는 시리아와 이집트의 국가 통합에 반대하는 시위를 하다가 체포돼 16개월 복역했다. 1970년 시리아에서 쿠데타를 일으켜 권력을 잡은 하페즈 아사드 정권에서도 투쟁은 계속됐다

알투르크는 1980년 군사독재에 저항하다가 체포돼 1998년 봄까지 무려 18년을 감옥에서 보냈다. 그는 세번째 수감 생활의 대부분을 창문도 없는 어두운 독방에서 지냈고 하루 3차례 화장실 출입만 허용할 정도로 자유가 없었다. 그는 이 기간 매일 밥알을 남겨 감옥 벽에 설치미술 활동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알투르크는 2000년 부친 사망 후 정권을 잡은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도 독재 정치를 이어가자 이듬해인 2001년 정권이 테러에 의존하고 폭압적이라는 비판을 하다가 다시 체포됐다. 그는 71세 고령에 수감된 뒤 반역죄로 2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고 건강 악화를 우려한 국제사회의 압박으로 결국 2002년 11월 풀려났다.

알투르크는 석방 후에도 독재정권에 대한 비판을 멈추지 않았다. 2011년 시리아에서 알아사드 정권에 반대하는 민중 봉기가 있었을 때 젊은 시위 참가자들을 격려했다.

시력 악화 등 건강 문제에도 민주화 열정을 이어가던 그는 2018년 두 딸의 권유로 시리아를 떠나 88세에 프랑스로 망명했다. NYT는 “알투르크의 삶은 조국(시리아)의 고통을 보여주는 어두운 거울이었다”고 평가했다.

쿠자마 투르크는 부친에 대해 “그는 시리아 정권에 ‘노’(No)라고 말했던 유일한 사람”이라며 “그는 민주화를 위한 투쟁에 평생 헌신했다”고 말했다고 NYT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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