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산 전기차·배터리 질주…전세계서 빗장 건다

CATL·BYD, 배터리서 세계 1·2위 BYD, 작년 전기차도 테슬라 제쳐

미국·유럽, IRA·무역장벽 중국 견제 한국, 보조금 개편 국산차에 유리

중국이 압도적인 자국 시장의 성장을 등에 업고 전세계 전기차와 배터리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에 이어 글로벌 2위를 달리고 있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유럽 등에서도 ‘중국발 굴기’를 저지하는 것이 핵심 과제가 되는 모습이다.

13일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10위권 배터리 회사 중 중국 회사는 무려 6곳(CATL, BYD, CALB, 궈시안, EVE, 신왕다)이었다. 이들의 시장점유율만 63.5%에 달했다.

한국 기업은 지난해 10위 안에 든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가 합산 기준 23.1%의 점유율을 기록했다. 일본에서는 파나소닉이 나홀로 6.4%의 점유율을 보였다. 한국 3사의 점유율은 2022년(24.7%) 대비 1.6%포인트 축소된 반면, 중국은 3.9%포인트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더욱 키웠다.

세계 점유율 1위와 2위를 달리는 CATL과 BYD는 전년 대비 각각 40.8%, 57.9%라는 높은 성장률을 기록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연간으로는 처음으로 BYD에 2위 자리를 내주고 3위로 밀렸다.

중국 내 판매를 제외한 통계에서도 중국 업체들의 영향력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 비(非) 중국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CATL은 27.5%의 점유율로 LG에너지솔루션에 이어 시장 2위를 차지했다. 양사의 점유율 차이는 2022년 7.1%포인트 였지만, 지난해에는 단 0.3%포인트로 좁혀졌다. BYD는 지난해 비중국 시장에서 주요 업체 중 가장 높은 수준인 394.8%에 달하는 성장률을 보였다.

전기차 시장에서도 중국의 영향력은 점차 확대되고 있다. BYD는 지난해 연간 글로벌 전기차 인도량(BEV+PHEV, 상용차 포함)에서 테슬라를 제치고 1위를 자리를 굳혔다. 시장 점유율은 20.5%에 달했다. 테슬라는 12.9%로 2위를 기록했다.

2022년만 해도 두 회사의 점유율 차이는 4.8%포인트였는데, 올해는 7.6%포인트로 격차가 벌어졌다. 그동안 자국 시장을 주무대로 성장했다면, 이제는 해외로도 영향력을 빠르게 키우는 모습이다.

업계에서는 올해도 중국산 전기차와 배터리의 공세가 매서울 것으로 보고 있다. 초기 시장을 주도해 오던 ‘얼리어댑터 수요’가 동나면서, 합리적인 가격과 성능을 고려하는 소비자가 주요 공략 대상이 됐기 때문이다.

반면 각국 정부는 중국의 전기차·배터리 확장에 대응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골몰하고 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배터리 생산 과정에서 중국을 배제하려는 시도에 이어, 최근에는 전기차 판매까지 경계하는 분위기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은 최근 싱크탱크 대서양위원회 주최 간담회에서 “전기차나 자율주행차는 운전자나 차량의 위치, 차량 주변 상황과 관련해 엄청난 양의 정보를 수집한다”며 이런 정보가 중국에 보내지는 것에 대한 우려 입장을 표했다. 현재 조 바이든 행정부는 전기차를 포함한 중국 일부 상품에 더 무거운 수입 관세를 부과할지 검토하고 있다.

미국 공화당의 유력한 대선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역시 “자동차 산업을 크고 강력한 중국의 손에 넘기면 안된다”며 한층 강력한 견제를 예고했다.

유럽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무역 장벽을 강화하고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13개월간 유럽연합(EU)은 중국 전기차에 대한 반(反)보조금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불공정 관행’으로 규정, 반덤핑관세나 상계관세를 부과할 가능성이 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집행위원장은 “글로벌 시장에서 값싼 중국산 전기차가 넘쳐나고 있다”며 “막대한 국가 보조금으로 (중국 전기차) 가격이 낮아져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도 최근 전기차 보조금 개편방안을 발표했다. 환경부가 발표한 이번 개편안의 가장 큰 특징은 고성능 전기차에 더 많은 보조금을 부여하고, 배터리 효율성과 재활용 여부를 보조금 지급의 주요 기준으로 삼도록 했다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성능이 좋은 국산 배터리를 탑재한 전기차, 중국차 대비 주행거리가 긴 국산차에 유리한 구조다.

중국 측도 각국 제재에 맞서 대응 카드를 검토하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는 신에너지차 무역지원을 위해 중앙·지방정부와 중앙은행이 모두 참여하는 범국가적 대책을 마련했다.

해외에 신에너지차 관련 연구개발(R&D) 센터를 설립하고, 외국의 연구기관·산업 클러스터와의 전략적 협력 관계를 수립하는 등 해외 진출을 뒷받침하기로 나는 내용이다.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는 각종 무역 제한 조치에 대해서도 중앙정부의 개입을 늘리기로 했다. 업계에선 이번 조치가 신에너지차 업계를 전폭 지원해 서방의 견제를 뚫고, 이 분야를 적극 육성하려는 중국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중국 BYD는 국내 상용차 시장 진출에 이어 올해 전기 승용차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BYD는 환경부 등으로부터 성능 인증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르면 올 상반기 차량을 출시할 계획이다.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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