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객·화물 등서 10위권 내외…매출 20조원대 껑충
환승 여객 유치…항공정비 체계 일원화로 비용 절감
아시아나 부채는 부담 요인…양대 항공사 체제 마무리
대한항공 여객기 [대한항공 제공] |
[헤럴드경제=김지윤 기자] 3년 넘게 결론이 나지 않고 있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인수합병이 급물살을 타고 있다. 까다로운 심사로 정평이 나 있는 유럽연합(EU) 경쟁당국이 13일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기업결합을 조건부 승인하면서다. 세계 10위권 수준의 ‘메가 캐리어(Mega Carrier·초대형 항공사)’ 출범이 임박하며 국내 항공업계의 지각 변동에도 눈길이 쏠린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후 입지는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의 ‘세계 항공운송 통계(WATS)’ 지표로 가늠할 수 있다. IATA는 매년 WATS 보고서를 통해 세계 항공사의 운송 실적을 공개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부터는 순위를 발표하지 않고 있다.
지난 2019년 유상여객킬로미터(RPK·항공편 당 유상승객 수에 ㎞로 표시한 비행거리를 곱한 것) 기준 세계 항공사 순위에서 대한항공은 28위(830억㎞), 아시아나항공은 42위(469억㎞)를 차지했다.
두 회사를 합치면 1299억㎞로, 15위인 남미 최대 항공사 라탐항공(1220억㎞)을 넘는다.
국제선 여객 RPK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8위, 아시아나항공이 32위로, 두 회사를 합치면 10위인 아메리칸 항공에 조금 못 미치는 수준이다.
화물 운송 실적을 나타내는 화물톤킬로미터(CTK·유상화물 운송 중량에 비행구간 거리를 곱한 것) 기준 대한항공은 6위(74억1200만㎞), 아시아나항공은 25위(35억6700만㎞)였다. 운송 화물 무게로는 대한항공이 7위(143만5000t), 아시아나항공이 15위(88만1000t)였다.
2019년 매출 기준으로는 대한항공이 12조3000억원, 아시아나항공이 6조원으로 단순 합산하면 20조원에 육박한다. 지난해 기준 양사의 매출을 합하면 20조원대 중반에 달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 항공 시장도 변화가 예상된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지면 국내 거점 공항인 인천국제공항에 환승 여객을 유치, 글로벌 항공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달 기준 대한항공의 인천공항 여객 점유율은 22.6%, 아시아나항공은 13.3%였다.
글로벌 메가 캐리어인 델타(미국 애틀랜타), 에어프랑스(프랑스 파리), 루프트한자(독일 프랑크푸르트) 등은 자국 대표 공항의 여객 운항 50% 이상을 점유하고 환승 승객 유치를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이 아시아나항공과 항공정비(MRO) 체계를 일원화하면서 비용을 줄이고 안전성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아시아나항공은 현재 경정비만 국내에서 자체 해결하고, 중정비와 창정비는 해외에서 받고 있다.
또 운항·객실 승무원 등 교육을 통합하고, 미국·유럽 등 장거리 노선에서 중복된 노선을 다양하게 분산하면서 수익성도 개선할 수 있다.
다만 대한항공이 기업결합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부채까지 떠안게 되는 점은 부담 요인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아시아나항공의 연결 기준 부채 총계는 12조6568억원(부채 비율 2121%)에 달한다. 통합 뒤 임금·처우 변화를 우려하는 아시아나항공 직원들의 반발도 향후 합병 과정의 걸림돌로 꼽힌다.
인수가 최종 성공하면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으로 형성된 양대 국적 항공사 체제가 36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