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달러 환율이 지난해 11월 이후 3개월여 만에 달러당 150엔을 돌파했다. 원/달러 환율은 14일 1340원으로 급등해 출발했다. 미국의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의 예상치를 상회하자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커지며 상반기 금리인하 기대감이 꺾인 영향이다.
13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외환시장에서 주요 6개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 대비 0.79% 오른 104.96을 나타냈다. 3개월래 최고치다.
14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이날 환율은 오전 9시 30분 기준 전 거래일 종가(1328.1원)보다 9.7원 오른 1337.80에 거래 중이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엔/달러 환율은 심리적 방어선으로 여겨지는 150엔을 넘어섰다. 지난해 11월 17일 고점 150.774엔을 기록한 후 3개월만에 처음이다.
미국 물가 상승세가 지속하면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조기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한 영향이다. 미 노동부에 따르면 1월 CPI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3.1% 상승했다. 전월 상승률(3.4%) 보다 낮아지긴 했지만, 월가가 집계한 예상치(2.9%)를 웃돌았다.
엔/달러 환율은 지난해 11월 중순 151.94엔까지 오른 후 지난해 연말까지 꾸준히 미끄러져 140엔대 초반까지 밀려났으나 올해 들어 다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
마이너스 금리가 해제된 이후에도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저금리 정책을 지속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리면서 엔화 약세가 이어지고 있다. 일본과 미국의 금리차가 계속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에 엔화 매도와 달러 매수로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지난 8일에는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가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저금리를 유지하겠다고 발언하며 엔화 매도가 한층 확산되기도 했다. 당시 닛케이 지수는 3만8000엔에 다가서며 주가가 상승했지만 해외 투자자들은 환율 변동으로 인한 위험을 줄이기 위해 엔화를 대량 매도했다.
또한 ‘일본판 ISA(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로 불리는 신(新)소액투자비과세제도(NISA)에서 해외 주식 투자가 인기를 끌면서 엔 대비 달러 수요가 증가한 것도 원인이다.
150엔은 일본 외환당국이 환율 방어를 위해 시장에 개입할 것으로 외환시장에서 판단하는 기준선이다. 일본은행과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가능성 때문에 이익을 확보할 목적의 엔 매수도 나올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는 과도한 엔화 약세를 경계하며 구두 개입에 나섰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은 14일 오전 기자들을 만나 엔저 흐름에 대해 “상당히 급속하다. 경제에 악영향이 있다”라고 경계감을 표시했다고 교도통신은 전했다. 정목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