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인터넷전문은행이 출범한 지 7년째를 맞은 가운데, 지난해 말 기준 3사의 자산 총합이 100조원을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용효율화를 통해 대출 금리를 낮추자, 주택담보대출을 중심으로 가계대출이 급증하며 자산 성장을 주도했다. ▶관련기사 16면
14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 3사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토스뱅크의 지난해 말 기준 자산총합은 100조원을 넘어섰다. 유일하게 실적발표를 진행한 카카오뱅크의 총자산이 54조4800억원을 기록한 가운데, 토스뱅크 총자산 역시 25조7400억원으로 성장했을 것으로 추산된다. 케이뱅크의 총자산도 20조원을 넘어섰다.
인터넷전문은행이 국내 출범한 지 7년이 채 되지 않았다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장세다.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 토스뱅크는 각각 2017년 7월, 2017년 4월, 2021년 10월 출범했다. 금융당국이 제시한 중·저신용자 대출 의무 비중을 지켜나가던 인터넷전문은행은 지난 2022년부터 속속 주택 관련 대출 상품을 출시하며 점차 여신 안정성을 키워나갔다. 그 결과 자산이 빠른 속도로 불어났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3사의 자산총합은 79조5500억원 수준에 불과했다. 그러다 올해 상반기 이후부터 대출 채권이 급격하게 늘었고, 인터넷전문은행의 총자산 규모는 2023년 4월 말 92조원, 11월 말 98조원으로 확대됐다. 1년만에 자산 총합 성장률은 25%에 달한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인터넷전문은행 3사의 총자산이 엄청난 속도로 커졌다”면서 “11월까지 98조원대로, 연평균 자산성장률이 50%를 넘을 정도”라고 말했다.
인터넷은행을 키운 건 다름 아닌 ‘주담대’다. 영업점 없이 100% 비대면으로 운영되면서 이뤄낸 비용효율화를 통해 금리 측면에서 소비자혜택을 제공했고, 그 결과 국내 주담대 수요를 흡수하며 대출채권이 크게 늘었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주담대 상품을 제공하고 있는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의 지난 1월 기준 분할상환방식 주담대 평균금리(신용점수 951~1000점)는 각각 3.91%, 3.83%로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3%대를 유지하고 있다. 막내격인 토스뱅크의 경우 주담대는 아직 출시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금리 3%대 전월세 보증금대출을 출시해 점유율을 빠르게 넓혀나가고 있다. 그 결과 지난해 9월 말 기준 3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57조7555억원으로 전년(43조3711억원) 대비 33%나 급증했다.
최근 정부가 주도적으로 시행한 ‘주담대 갈아타기’ 수요 역시 인터넷은행으로 몰리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희곤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인터넷은행 대환대출 실적 현황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에는 총 2975건, 5722억원 규모의 주담대 대출이동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주담대 갈아타기 서비스는 1822건, 총 3212억원의 이동이 나타난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은행보다 43% 적은 액수다.
편리한 송금 등을 내세우며 ‘혁신’으로 등장한 인터넷은행은 지난해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당시까지만 해도 뱅크런(대규모 예금인출)과 유동성 위기 등의 우려를 낳았다. 하지만 신용평가모델 고도화를 통해 중·저신용자 대상 대출 비중을 높이면서도 건전성 지표는 안정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이에 대해 “중저신용자에 대한 정교한 신용평가모델로 건전성을 유지함과 동시에, 구조적으로 높은 유동성 비율을 유지하고 있다”며 안정적인 자산성장세를 강조했다.
김용진 서강대 경영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이 최초 설립 취지였던 ‘메기’의 역할을 해주고 있는 모습”이라며 “중저신용자를 고려한 새로운 신용평가 기법을 개발하고, 또 금융 소비자에게 보다 친화적인 은행으로 다가가며 사회적 기대가 충족이 됐다고 봐야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