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 ‘힙한’ 몇곳 빼곤 젊은층 외면에 붕괴 위기 [위기의 전통시장]

지난 7일 서울의 한 시장에서 취재에 나선 기자의 모습. 장을 보는 MZ세대를 한 명도 만날 수 없었다. 김희량 기자

‘0명.’

장바구니 카트를 끌고 평일에 찾아간 서울의 한 전통시장. 평일이라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한 시간 동안 MZ세대를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는 점이 놀라웠다. 오히려 MZ세대인 기자를 의아하게 보는 시선이 느껴졌다. 익숙하지만 거리감이 느껴지는, 그리고 시간이 멈춘 듯한 전통시장의 오늘을 확인하는 자리였다.

전국에서 영업 중인 전통시장은 1388곳(2022년 기준)이다. 이곳은 31만6315명에 달하는 상인들의 무대이자 터전이다. 어느덧 핵심 구성원인 상인들의 평균연령은 60세를 넘어섰다. 20대 상인 비중은 0.6%에 불과하다. 전국의 전통시장 중에서 유명세를 탄 몇 곳을 제외하면 사실상 붕괴위기다. ▶관련기사 4면

다양한 세대가 뒤섞여 한때는 찬란했던 전통시장은 이제 세대교체라는 부침 속에서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 위기의식은 실제 곳곳에서 감지된다. 그러나 변화를 모색하는 것 자체가 부담이다. 공간 너머 문화의 변화가 이뤄지지 않으면 도태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상인들은 꿈을 꾼다. 대형 유통기업의 틈바구니에서 ‘정’으로 완성되는 화려한 부활이다.

현실은 녹록지 않다. 시장의 숫자가 줄고 평균연령은 높아지고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2022년 전통시장 점포 경영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통시장 상인의 평균연령은 60.2세다.

같은 해 기준 한국 평균연령(44.2세)보다 15살 이상 많다. 고령화 속도도 빠르다. 2012년 55세였던 상인의 평균연령이 60세를 돌파하기까지 걸린 기간은 10년에 불과하다. 전통시장의 주류는 60대 상인(39.2%)이다. 39세 미만 상인은 4.2%다. 시장 상인 10명 중 9명이 40대 이상이라는 얘기다.

소비 패턴의 변화는 전통시장의 공백을 키웠다. 2019년 하루 평균 5413명 시장이 찾았다면, 2022년에는 877명이 줄어든 4536명이 전통시장을 찾았다. 하루평균 시장 한 곳의 매출액은 2022년 5770만원으로 전년 대비 0.4% 오르는 데 그쳤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1%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역성장한 것이나 다름 없었다.

식재료나 생활용품을 주로 팔았던 전통시장의 위상은 날이 갈수록 달라지고 있다. 실제 유통시장에서 전통시장의 매출액 점유 비중(2022년)은 7.6%로 꼴등이다. 매출은 지난 2007년 대형마트에 추월 당했다.

2015년부터는 대형마트마저 온라인쇼핑에 주도권을 뺏겼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온·오프라인의 경계선이 사라지면서 온라인쇼핑은 전체 오프라인 쇼핑 매출 비중의 절반을 넘겼다. 당연히 대형마트보다 전통시장이 입은 타격은 더 컸다.

전통시장에 활기를 부여하기 위해 정부와 기업도 나서고 있다. 충남 예산군이 대표적이다.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와 ‘예산상설시장 살리기 프로젝트’를 진행한 이후 지난해 방문객은 300만명을 넘겼다. 백 대표는 예산시장에 1980년대 분위기의 인테리어를 적용한 먹거리 점포를 825㎡ 규모의 장옥 마당에 배치했다. 추억을 살리고 시설을 현대화하면서 다른 지역의 수요까지 끌어들인 성공 사례로 지목된다.

백 대표의 방식은 경품행사, 축제, 온라인 홍보, 전단 광고 중심이었던 기존 시장의 접근법과 달랐다. 세대를 아우르는 놀이터로, 또 지역 관광지로 ‘경험을 파는’ 전통시장이라는 시각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오프라인 활성화라는 목표를 위해 전통시장과 전략적으로 협력하는 업체들도 있다. 이마트는 2016년 당진 어시장에 노브랜드 상생스토어 1호점을 연 뒤 현재 16개 매장을 운영하며 지역 소비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대그린푸드는 지역의 전통시장에서 내로라하는 메뉴를 간편식 제품(HMR)으로 개발하는 프로그램인 ‘모두의 맛집’을 2021년부터 이어오고 있다.

기업과 협업을 늘려야 전통시장의 정체성을 유지하면서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유통연구소장은 “MZ세대 같은 새로운 소비자를 오게 하려면 이들이 살 것들이 있어야 한다”며 “다이소, 올리브영, 기업형 슈퍼마켓(SSM) 등 색다른 이벤트를 기획하는 대기업이 시장에 들어와 활력을 높이는 역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어 “과거 지역축제가 지금의 팝업행사 같은 개념”이라며 “상인들이 모든 방식을 동원할 수 없기 때문에 쿠팡의 배송망을 활용하거나 대기업의 마케팅 전략을 활용해 시너지를 내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희량·전새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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