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인멸교사·횡령 혐의 김태한 전 삼바 대표 1심 무죄

횡령과 증거인멸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바이오) 대표가 14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회계 조작)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를 앞두고 증거인멸·은닉을 지시하고 약 3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태한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대표가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검찰 수사를 앞두고 일부 증거가 삭제된 것은 맞지만 이에 김 전 대표가 관여했다고 보기 힘들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합의25-2부(부장 박정제·지귀연·박정길)는 14일 증거인멸교사,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횡령)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전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을 받은 안중현 전 삼성전자 부사장은 무죄를, 김동중 전 삼성바이오로직스 전무에 대해서는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검찰은 김 전 대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이 불거지던 2018년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보유한 관련 자료를 컴퓨터와 서버 등에서 삭제하라고 지시한 것으로 봤다. 2018년 5월 5일 금융감독원 감리 대응을 위해 ‘긴급대책회의’가 열렸고 증거 인멸·은닉에 대한 구체적인 지시가 오갔다고 특정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지분 재매입 TF 중단 여부를 논의한 회의라고 주장했다. 지문 재매입 TF는 당시 바이오젠이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 콜옵션을 행사해 지분을 50%까지 확보할 경우 재매입하기 위해 꾸린 조직이다.

재판부는 삼성측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M&A(인수·합병) 업무만 하던 안중현 피고인이 금융감독원의 감리 대응을 위한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은 자연스럽지 않다”며 “2018년 5월 5일 회의는 지분 재매입 TF 계속 진행 여부를 결정하기 위해 열린 것으로 보인다. 회계 부정이 회의 의제였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당시 안 전 부사장은 2018년 당시 삼성전자 사업지원 태스크포스(TF)에서 대형 M&A를 이끌고 있었다.

2018년 7월 삼성전자 보안선진화TF가 삼성바이오로직스를 방문해 자료를 지운 것에 대해서도 김 전 대표가 알고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보안선진화TF 방문 당시 김태한 피고인은 부재중이었고 TF 관계자들을 만난 적 없다. 작업 상황이나 결과에 대해서도 보고받지 못했다”며 “피고인이 증거인멸교사에 가담했다고 합리적 의심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안 전 부사장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안중현 피고인은 지분 재매입 TF가 종료되면서 통상적인 절차대로 자료 정리를 지시한 것으로 보인다”며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2018년 5월 5일 자료 삭제 지시가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부정 의혹과 관련된 것으로 증거 인멸 고의가 있었다 보기 부족하다”고 했다.

김 전 전무는 유일하게 증거 인멸과 은닉을 지시한 혐의가 유죄로 인정됐다. 재판부는 “사건은 회계 부정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에 대비해 김동중 피고인을 포함한 삼성그룹 임직원이 조직적으로 관련 자료를 삭제한 사건”이라며 “김동중 피고인은 사업지원 TF 지시에 따라 관련 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고 했다.

2016년 삼성바이오로직스 상장 과정에서 부당한 이익을 취했다는 혐의는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검찰은 김 전 대표와 김 전 전무가 상장 이후 수차례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주식을 매입했는데, 매입 비용 일부를 성과급 형태로 받아 보전했다고 봤다. 이를 통해 김 전 대표 30억, 김 전 전무 10억 상당의 회삿돈을 횡령했다는 혐의다. 재판부는 불법적인 이익을 취하기 위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한편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으로 기소된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김 전 대표,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관계자들은 지난 5일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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