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공화당의 유력 대선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25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의 자택을 나서면서 지지자들에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트럼프는 이날 뉴욕 맨해튼지방법원에서 열린 명예훼손 재판에 참석해 3분 동안 증언했다. [연합] |
[헤럴드경제=권제인 기자]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이 14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전 미 대통령의 연이은 ‘나토 위협’ 발언을 작심 비판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이날 벨기에 브뤼셀 나토 본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한 질문을 받고 “우리 스스로 나토 억지력의 신뢰성을 훼손해선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나토 존재의 목적은 전쟁을 예방하고 평화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지난 수십년간 성공적으로 그렇게 할 수 있었던 것은 우리 억지력의 신뢰성 덕분”이라며 “우리가 연대하지 않고 상호 보호하지 않을 것이라는 식의 주장은 우리 모두의 안보를 취약하게 만든다”고 지적했다.
이어 “우리가 모두 (집단방위) 약속에 따라 모든 회원국을 보호하고 방어할 것이라는 사실을 행동뿐만 아니라 말로도 분명하게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국이 나토로부터 ‘얻는 것이 별로 없다’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에 대해서도 조목조목 반박했다. 그는 “미국은 단 한 번도 홀로 전쟁을 치른 적이 없다”며 “한국전쟁에서 아프가니스탄에 이르기까지, 나토 회원국들이 미 군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함께 싸웠다”고 말했다.
아울러 “나토 집단방위 조약인 제5조가 발동된 것도 미국이 공격받은 9·11 테러 당시가 유일했다”면서 “수백명, 수천명의 유럽 및 캐나다 군인들이 미국을 보호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에서 헌신했다”고 짚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유럽 회원국들의 방위비를 늘려야 한다는 트럼프의 주장에는 “역대 미 행정부에서 계속 지적해온 것이자 일리 있는 지적”이라면서도 “좋은 소식은 이미 유럽 회원국들이 그렇게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대한 근거로 “올해 18개 회원국이 국내총생산(GDP)의 2%를 방위비로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최신 수치를 공개했다.
나토는 2014년부터 GDP 2%를 방위비 지출 가이드라인으로 삼았으나 2014년 당시엔 이를 달성한 회원국이 3개국에 그쳤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인 지난해에는 11개국으로 늘어났다.
이날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 설명대로라면 올해 나토의 방위비 목표치를 달성한 회원국 수가 처음으로 절반을 넘을 전망이다.
지난해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가이드라인 기준이 ‘최소 2%’로 강화되는 등 유럽 각국이 군비 증강에 속도를 내는 추세의 연장선이다.
이와 관련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오는 15일 열리는 나토 국방장관회의에서도 탄약 생산 확대 등 전력 증강 방안이 논의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앞서 트럼프 전 대통령은 지난 10일 미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열린 대선 후보 경선 유세에서 나토 회원국들이 방위비를 충분히 부담하지 않을 경우 러시아가 이들을 공격하도록 독려하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파문이 일었다.
그는 이후에도 유세 과정에서 연일 동맹국의 방위비 증액을 주장, 유럽의 강한 반발을 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