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오후 경북 문경시 신기동 육가공공장 화재 현장에서 소방청 합동사고조사단이 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박지영 기자]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로 소방관 2명이 순직할 당시, 현장 지휘를 맡았던 인사는 ‘화재조사팀장’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이처럼 직급과 업무가 다른 팀장이 대행자로 선임된 것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소방분야의 오래된 문제인 인력부족이 결국 화를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대체인력 부족이 참사의 원인이 됐다는 설명이다.
15일 헤럴드경제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달 31일 경북 문경 소재 공장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 현장 긴급구조지휘대장 역할을 맡은 인사는 문경소방서 화재조사팀장인 정모씨였던 것으로 파악됐다. 통상 화재조사팀장은 화재 진압 후 화재원인과 피해 규모 등을 확인하고, 추후 발생 가능한 화재를 예방하는 업무 등을 담당한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진압과 구조를 위해 투입되는 팀장은 ‘현장지휘팀장’인데 문경 화재 당시엔 지휘팀장 대신 조사팀장이 현장 책임을 맡았던 셈이다.
취재 결과 통상의 경우라면 문경 화재 진압에 투입돼야 할 현장지휘팀장은 김모씨(김 팀장)였는데 김 팀장은 화재 발생 당시 교육을 위해 자리를 비운 상태였고, 이 때문에 차선임자인 화재조사팀장 정씨(정 팀장)가 화재 현장에 긴급구조지휘대장으로 투입됐다. 소방 현장 경력으로도 김 팀장과 정 팀장은 차이가 크다. 김 팀장은 소방경력 21년10개월의 베테랑으로 정 팀장(17년8개월)보다 현장지휘 경험이 풍부했다. 계급 역시 김 팀장은 소방경으로, 정 팀장(소방위) 보다 높다.
이창석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국가공무원노동조합소방청지부(공노총 소방노조) 사무총장은 “통상 대행자를 지정하더라도 계급과 업무는 맞춰서 대직을 한다. 현장지휘팀장이 부재할 경우 다른 팀의 지휘팀장이 대행을 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화재조사와 현장지휘는 다른 분야고 계급도 차이가 났다.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 사무총장은 “긴급구조지휘대에 투입이 되면 (화재조사팀장이) 자신보다 한 계급 높은 소방경인 119안전센터장들을 지휘해야 하는데, 계급이 낮은 조사팀장이 현장을 지휘할 수 있는지, 절차상의 문제는 없는지 확인 중”이라고 덧붙였다.
이런 지적에 경북 소방본부는 “문경소방서의 경우 현장지휘팀이 1~3팀까지 있는데, 화재 당시 현장지휘 2·3팀장은 비번이었다”며 “두 명 팀장 모두 24시간 근무를 했기 때문에 피로도 등으로 다음날까지 근무하기에는 힘든 점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 경북 소방본부는 “긴급구조지휘대 운영 계획에 따르면, 현장지휘팀장 근무 중 교육 등으로 담당자가 부재할 때 업무 공백이 없도록 필수적으로 대행자를 지정토록 돼 있다”며 “이에 따라 차선임자인 화재조사1팀장을 현장지휘팀장으로 근무지정 했던 것이며, 화재조사1팀장은 현장지휘팀장 부재시 약 3개월 간 업무를 대행한 경력이 있다”고 답했다.
소방 내부에선 대행자에 대한 규정·규칙이 설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김길중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소방본부 사무처장은 “대행자에 대한 명확한 규정이 없어 업무가 다른 소방 공무원이 대행자를 맡았을 때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현장 경험이 얼마정도 있어야 현장 지휘를 할 수 있도록 하는 지침 또한 만들어질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창석 사무총장도 “소방공무원이 온전한 국가직이 아니다 보니 대행자를 선임하는 방식도 소방서별로 제각각”이라며 “실제로 현장에 대행자가 들어가서 사고가 일어나는 경우도 있다. 대행자에 대한 정확한 규정이 없어 매뉴얼을 만들어야 한다고 요구한 상태”라고 짚었다.
인력 부족도 고질적인 문제다. 소방청에 따르면 소방공무원 채용 정원은 2022년 3814명, 2023년 1560명, 2024년 1683명 등이다. 박일권 소방을 사랑하는 공무원노동조합 위원장은 “소방관 2명이 순직한 이번 사건도 인력 부족과 무관하지 않다”며 “현장에선 소방차가 있어도 인력이 없어 소방차를 몰지도 못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문경소방서는 “현재 육아휴직, 질병휴직, 소방청 파견 등으로 인한 결원 5명 외에도 임신 등 현장 출동 불가 인원 2명이 있는 상황으로 인력 운용에 어려움이 있다”면서도 “기존인력의 재배치 등으로 재난 현장 대응에 문제가 없도록 인력을 운영하고 있으며, 추후 신규채용 등 사유 발생 시 추가 인력을 확보해 정원관리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