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파격 선언 행사를 진행 중인 이마트. [이마트 제공] |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이마트의 창사 후 첫 적자 전환 소식에 유통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선방한 롯데쇼핑과 쿠팡의 연간 첫 흑자 달성이 예상되는 가운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의 고심도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3대 강자를 의미하는 ‘이마롯쿠(이마트·롯데쇼핑·쿠팡)’ 구조 역시 ‘쿠이마롯’으로 재편되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연결 기준)는 지난해 469억원의 영업손실로 창사 이후 첫 적자 전환을 기록했다.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826억원 줄었다. 이마트는 신세계건설의 부진이 실적 악화 주요 원인으로 지목했다. 이어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 신세계건설 레저사업부문을 조선호텔앤리조트에 매각한다는 계획을 전날 발표했다.
문제는 신세계건설을 제외하더라도 유통업 실적이 좋지 않았다는 점이다. 실제 이마트 주요 사업인 할인점(마트)·트레이더스·노브랜드의 지난해 매출(별도 기준)은 16조5500억원으로 전년 대비 2.1% 감소했다. 이마트 사업부의 별도 기준 영업이익은 1880억원으로 전년 대비 709억원이 줄었다. 특히 할인점(마트)의 영업손실은 이보다 큰 858억원이었다. 노브랜드(영업익 221억원)의 활약이 그나마 위안이었다.
반면 경쟁사인 롯데쇼핑은 마트 사업이 개선되며 기대감이 뚜렷하다. 롯데쇼핑의 마트·슈퍼 부문은 지난해 매출액 5조5878억원을 달성했다. 4.6% 감소한 수치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364.6% 성장한 729억원을 기록했다. 롯데쇼핑은 2022년 11월 진행한 상품소싱 통합 효과와 내식 수요 증가로 신선식품 중심의 매출이 실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전망은 어둡다. 지난해 온라인 유통 매출이 처음으로 오프라인을 넘어서며 ‘뉴노멀’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중국 이커머스 알리·테무·쉬인의 영향력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이커머스 상품과 일부 오프라인 유통사 판매 상품이 겹치는 경우가 있고, 소비자들도 이를 인지하기 시작했다”며 “소비자의 온라인 쏠림이 본격화되면 오프라인 유통 자체가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마트는 ‘뭉쳐야 산다’는 기조로 본업인 유통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지난해 9월 대대적인 인사를 통해 그룹 전반에 통합 대표 체제를 가동한 것도 이런 맥락이다. 한채양 대표가 이마트·이마트24·이마트에브리데이를 맡고 신세계푸드·신세계L&B는 송현석 대표가 겸직하는 식이다. 이마트는 상품 통합매입, 원가경쟁력을 확보해 유통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이마트는 수익성 악화를 이유로 멈췄던 신규 출점도 재개한다. 올해부터 최소 5개 이상의 점포 용지를 확보할 계획이다. 지난해 6월 출시한 ‘신세계 유니버스클럽’으로 온오프라인 통합 혜택을 유지하면서 지난달 개장한 스타필드 수원처럼 콘텐츠 강화를 통한 체류형 매장의 정체성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한편 지난해 3분기 기준 약 4400억원대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던 쿠팡은 창사 이후 첫 연간 흑자 달성이 유력하다. 쿠팡은 올해 1월 강원 강릉·동해·삼척, 경남 통영 등 인구 감소 지역과 소도시 등 16개 지역 로켓배송 서비스를 확대하며 마트가 들어갈 수 없는 지역까지 로켓배송 영토를 확장했다. 여기에 로켓 럭셔리 운영, 명품 플랫폼 파페치 인수 등을 통해 몸집을 키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