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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정의당 전 의원. [연합] |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불법 선거운동을 한 혐의를 받은 이은주 정의당 전 의원이 당선무효형을 확정받았다. 단, 재판이 지연되면서 이 전 의원은 4년 임기의 90% 이상을 채운 뒤 지난달 25일 이미 사직했다. 정의당 비례대표 의원직도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에게 승계된 상태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대법관 이동원)는 공직선거법 위반 등 혐의를 받은 이 의원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2심) 판결을 확정했다. 국회의원이 공직선거법, 정치자금법을 어긴 혐의로 벌금 100만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이 무효된다.
이 전 의원은 2019년 9월께 공사 노조원 77명에게 정치자금 312만원을 위법하게 기부받고(정치자금법 위반), 추진단원들에게 37만여원 상당의 식사를 제공한 혐의(기부행위 금지 위반), 서울교통공사 노조 정책실장 신분으로 야간에 당원들에게 지지 호소 전화를 한 혐의(공직선거법) 등을 받았다.
이 전 의원이 기소된 건 2020년 10월이었다. 선거법 위반 사건의 경우 1심은 기소 후 6개월 이내, 2심과 2심은 각각 하급심 판결 후 3개월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돼 있다. 당선 무효 여부를 신속하게 판단하라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이 전 의원의 재판은 거듭 지연됐다.
이 전 의원은 혐의를 전면 부인하며 자신에게 적용된 선거법 조항 일부가 위헌이라고 주장했다. 위헌법률심판 제청을 신청해 헌법재판소 판단을 받아보겠다고 했고, 재판부가 이를 받아들여 사건이 헌재로 넘어갔다. 결국 헌재 결정이 나올 때까지 재판이 1년 가까이 중단됐고, 1심 판결은 기소 2년 2개월 만인 2022년 12월에 나왔다.
1심은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1심을 맡은 서울중앙지방법원 21-3형사부(부장 장용범)는 2022년 12월 당선무효형을 선고했다.
1심 재판부는 “공직선거법의 취지에 정면으로 반하는 행위를 했고, 정치자금법이 정하지 않은 방법으로 적지 않은 정치자금을 기부받는 등 위법행위를 저질렀다”고 지적했다. 이어 “객관적으로 드러난 모든 범죄사실을 적극적으로 부인하면서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양형사유를 밝혔다.
이 전 의원이 항소했지만 2심의 판단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2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 2형사부(부장 이원범)는 지난해 11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일부 혐의에 대해 무죄를 택하긴 했지만 역시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판결이었다.
2심 재판부는 1심이 유죄로 판단한 야간 지지 호소 전화 부분은 무죄로 판단했다. 2심 재판부는 “이 전 의원과 당원들의 평소 친분관계 등을 고려했을 때 특별히 지지를 호소할 필요성이 있는 상황이었는지 매우 의심스럽다”며 “당내경선 투표기간에도 통화가 다수 이뤄졌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원심(2심) 판결에 대해 수긍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결에 법리를 오해한 잘못이 없다”고 판시했다.
당선무효형이 확정됐지만 이 의원은 지난달 25일 이미 사직했다. 이는 정의당이 총선에서 ‘기호 3번’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21대 국회의 비례대표직 승계 시한(오는 30일)을 넘겨 당선무효형이 확정되면 비례대표 승계가 불가능해지고, 이때 정의당은 1석을 잃고 5석이 되기 때문이다. 총선의 정당 기호는 후보등록 마감일 기준 의석 수에 따라 부여되는데, 제3지대 정당이 연대할 경우 정의당은 기호 3번을 빼앗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