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져가는 영양제 시장…전문가 “건강해진다는 착각”[과유불급 메가도스]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건강기능식품(영양제) 시장이 커지는 것도 젊은 층의 영양제·보충제 ‘메가도스’(Megadose·기준 하루 권장 섭취량을 넘어 과도하게 섭취하는 방식. 크다는 뜻의 mega와 복용의 dose가 합쳐진 것) 습관과 그 유행을 부르고 있다. 영양제 시장이 세분화되고 다양화하면서 복용해야 할 용량과 개수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영양제를 과복용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14일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 건강기능식품(영양제) 시장 규모는 6조2000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5년 전인 2019년 4조8000억원 규모와 비교하면 약 27% 성장을 기록한 수치다.

영양제를 구매하는 사람이 증가하면서 가구당 평균 구매액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해 영양제 구매 경험률은 81.2%로 집계됐다. 또 우리나라 10가구 중 8가구 이상은 연 1회 이상 영양제를 구매하며, 가구당 평균 영양제 구매액은 36만원이다.

영양제 업계 관계자는 “젊은층, 특히 여성을 중심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하루에 복용해야 할 영양제 종류를 늘리는 사람이 많은 추세”라며 “영양제 시장이 커지면서 수입·판매하는 영양제 종류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영양제 시장은 혈당 관리·체지방 감소·여성 건강·수면 건강 등으로 점점 세분화되고 다양화되는 추세다. 지난해 총 45건의 건강기능성 원료가 인정됐는데, 이는 2021년 24건 대비 2배 증가한 수치다. 업계에서는 국내 영양제 시장이 오는 2030년 25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헤럴드DB]

다만 전문가들은 영양제를 ‘과복용’하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 특히 건강을 챙기겠다고 운동이나 식단을 우선하지 않은 채 영양제를 많이 먹는 것은 건강의 이점보다는 불이익이 될 확률이 높다고 설명했다.

17년 차 약사인 김성훈 씨는 “영양제의 경우 자신에게 맞게 적당량을 복용해야 한다”라며 “무작정 많이 먹는다고 건강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현대인들이 영양제에 의존하는 것은 어찌보면 ‘과도한 건강 우려증’ 중의 하나라는 생각이 든다. 영양제를 많이 먹으면, 건강해지기보다는 오히려 건강이 나빠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선제영 경희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약물을 많이 복용할 때는)약물 간의 상호작용을 고려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차윤환 숭의여대 식품영향학과 교수 역시 “원래 정해져 있는 양 이상의 영양제를 과하게 복용할 경우 흔히들 알고 있는 부작용이 발생될 소지가 있다”라며 “그래서 그 섭취량을 반드시 지켜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조언했다.

영양제를 많이 복용하면 ‘건강해질 수 있다’는 착각을 부른다는 심리적 원인을 언급하는 이도 있었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역시 “직장인이 너무 바빠서 건강을 스스로 챙기지 못한다는 이유로 영양제를 챙겨먹는 경우가 많은데, 이로써 건강해진다는 착각을 부른다. 이를 경계해야 한다”라며 “(영양제 메가도스가) 진정한 해결책이 아니다. 영양제를 과복용하게 되면 오히려 건강에 문제가 될 수 있고, 영양제끼리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라고 설명했다.

13년 차 약사인 이모(41)씨는 “영양제만 많이 복용한다고 해서 건강해지는 것이 아닌데, 요즘 젊은 친구들을 보면 일단 유행하는 영양제를 먹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안먹으면 불안해하는 것 같다”라며 “누군가에게는 굉장히 좋았던 영양제가 나에게는 독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영양제는 처방약보다 안전하다고 하지만, 과복용하면 반드시 부작용을 부른다”라며 “남들이 다 먹는다고 무작정 먹지 말고, 불안해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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