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전기차 新보조금, 기술·편익 ‘두 토끼’ 잡을 묘수

전기차 성장세가 꺾였다는 뉴스가 곳곳에서 들려온다. 대중화 초입 단계에서 걸림돌을 만난 것이다. 이제 친환경이라는 가치를 넘어 내연기관차와 최소 동등하거나 그 이상의 상품성과 서비스를 제공해야 시장에서 성장을 할 수 있는 시점이다. 국가적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보급을 확대해야 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새로운 보조금 지급안에 대한 고민이 컸을 것이다. 보조금은 단순히 차량 구입 비용 보조를 넘어 관련 업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성을 제시하는 역할을 한다.

지난 6일 공개된 새 전기차 보조금 개편안에 따르면 환경부는 전기승용차 배터리의 에너지밀도와 재활용 가치에 따라 보조금 액수를 다르게 책정키로 했다. 또한 충전과 정비 인프라 구축 상태에 따라 보조금 차등을 강화하는 등 배터리 관련 기술개발과 소비자 편익 향상을 촉진시킬 수 있는 요소와 함께 경제적 취약계층과 청년 생애최초구매자의 추가지원 등의 내용도 포함했다. 이 가운데 배터리 셀 에너지밀도 기준은 밀도(Wh/L)에 따라 총 5개 등급으로 나누고 보조금을 차등 지급한다. 지난해 전기버스에 먼저 도입한 방식으로, 올해 승용차와 화물차로도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에너지밀도는 배터리 성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동일한 부피의 배터리라도 에너지밀도가 높으면 1회 충전주행거리가 길어지고, 에너지밀도가 높은 만큼 배터리 무게를 줄일 수 있기 때문에 전비(효율)가 좋아지는 것은 물론 넓은 실내공간을 구현할 수 있다. 따라서 배터리 에너지밀도 기준에 따른 보조금 확대 적용은 각 업체들의 배터리 기술혁신을 유도해 전기차 경쟁력 향상을 기대해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전기차 구매를 망설이는 이유로 충전과 정비서비스 등 네트워크 부족을 꼽는 소비자들이 많다. 특히 소비자 편의성이 큰 급속충전기 보급은 전기차 판매증가율을 따라가지 못해 급속충전기 1기당 전기차대수는 2020년 13.8대에서 2022년 18.9대로 지속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소비자 불만이 고려된 결과 전기차 정비와 충전 인프라 구축 기준이 올해 더욱 강화됐다. 권역별 A/S센터 운영 여부 기준이 추가되고, 200기 이상의 급속충전기를 운영하는 브랜드 차량에는 추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이를 통해 전국에 균형적인 A/S 망 구축과 급속충전 인프라 확대 가속화에 기여할 것으로 예상한다.

배터리 재활용가치 기준 신설도 눈여겨 볼만하다. 정부는 배터리 1㎏당 재활용가치가 높은 유가금속 함유량에 따라 총 5단계로 나눠 보조금을 차등화하기로 했다. 현재 전기차 판매비중이 전체 자동차판매 대비 약 10%에 달해, 사용 후 배터리(폐배터리) 처리 문제도 고민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서 적절한 결정으로 판단된다.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 둔화는 국내뿐 아니라 미국·유럽 등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결국 전기차가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으려면 내연기관 차량보다 우월한 상품성과 경쟁력을 가져야 한다. 그런 점에서 이번 보조금 지급안은 전기차 성능의 근원이라고 할 수 있는 배터리 기술 개발과 소비자 사후 편익시설 확충을 유도할 수 있어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관련 업계 역시 수요 정체를 돌파할 수 있도록 경쟁력 있는 제품 개발과 선제적인 투자에 적극 나서야 할 것이다.

민경덕 서울대 기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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