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ELS 가입자들, 금융당국 공익감사 청구…“금융시스템 총체적 부실”

양정숙 의원이 지난달 30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진행된 홍콩 ELS 피해 사태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강승연 기자

[헤럴드경제=강승연 기자] 대규모 손실을 보고 있는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15일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현 금융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이 드러났다”며 금융당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홍콩H지수ELS피해자모임과 금융정의연대, 민변 민생경제위원회, 참여연대는 이날 오전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을 상대로 한 공익감사 청구서를 접수했다. 금융상품 관리·감독 업무 태만을 이유로 한 금융당국 대상 공익감사 청구는 2019년 11월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이후 4년 3개월 만의 일이다.

이들 단체는 금융위의 은행 ELS 판매 허용 과정에 문제점이 없었는지 살펴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DLF 사태 재발 방지를 위해 2019년 11월 내놓은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강화방안에서 은행의 ELS 판매를 제한하려다, 한 달 뒤 최종안에선 허용하는 쪽으로 입장을 바꾸는 과정에서 불성실·부정하게 업무를 처리하거나 관계법령을 위반했는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것이다.

또 금융위가 2021년 3월 발표한 ‘고객 적합성 평가 및 설명의무 간소화 지침’이 은행의 ELS 불완전판매를 유발해 소비자 피해 위험을 증대시켰는지,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감독·검사 강화방안을 충실하게 이행했는지, 홍콩 H지수 ELS 관련 위험을 인식하고 적절한 대응을 했는지 등에 대해서도 감사원이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게티이미지뱅크]

금감원에 대해서는 ▷고위험 금융상품에 대한 상시 감시·감독 업무 태만 ▷불완전판매 관련 조사 미흡 및 제재 미조치 ▷은행권 고위험 상품 판매 관련 내부통제 절차 점검 미흡 ▷청탁금지법·공직자윤리법 등 관련 법령 위반 여부 등에 대해 사실관계를 파악해달라고 요구했다.

감사원은 공익감사 청구를 접수하면 서면조사 또는 실지조사, 자문 등을 거쳐 감사 실시 여부를 판단한다. DLF 사태 때는 청구서 접수 이후 3개월 뒤 감사에 본격 착수했다. 처분을 결정하는 데는 1년 5개월 정도 걸렸다.

홍콩 H지수 ELS 손실은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5대 시중은행이 판매한 H지수 ELS 중 이달 7일까지 만기가 도래한 상품은 9733억원 가량으로, 이중 손실액은 5221억원에 달했다. 2021년 2월 1만2000선을 넘었던 H지수가 현재 5300~5400선에 그치면서 올해 손실액은 7조원에 달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한편, 금감원은 16일부터 홍콩 H지수 ELS 주요 판매사 11곳에 대한 2차 현장검사를 실시할 계획이다. 이르면 이달 말 책임분담 기준안도 마련할 예정으로, 적합성 원칙, 설명의무, 부당권유 등 판매원칙 위반 유형별로 책임 분담 기준을 제시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이와 별개로 금융당국은 은행이 자율배상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