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보문단지 산책로에 설치됐다가 시민들의 요청으로 철거된 조형물 2점. [연합뉴스] |
[헤럴드경제=한지숙 기자] 경북 경주 보문관광단지 내 산책로에 설치돼 있던 나체 조각상 2점이 철거됐다. 신체를 적나라하게 표현해 보기 민망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잇따랐기 때문이다.
16일 경북도의회와 경북문화관광공사에 따르면 공사는 지난달 말 경주 보문관광단지 호반 산책로에 설치한 조각상 2점을 철거했다.
공사 관계자는 "나체 조각상의 경우 예술적이란 의견도 있지만 너무 적나라해 거부감이 있다는 의견도 있어 철거했다"고 설명했다.
공사는 2021년 제주조각공원으로부터 이 조각상을 비롯해 10여점의 조각품을 5년 간 무상으로 빌려 전시해 왔다.
그러나 남성의 성기나 여성의 가슴이 표현된 2점의 조각상은 일부 가족 단위 관광객들이 거부감을 보였다.
실제 경주시청 게시판을 보면 조각상에 대한 민원들이 여럿 올라와 있다.
한 민원인은 "보문단지는 아이들도 많이 오는 곳인데 나체 조형물은 생뚱맞아 보였다"며 "보문단지의 경치를 즐기다가 낯설고 이상한 조형물에 기분이 상했다"고 불쾌감을 표현했다.
또 다른 민원인은 지난 2022년 5월에 올린 글에서 "보문호 둘레길을 걷다가 황당한 일을 겪었다"며 "기분 좋게 보문호 둘레길을 걷고 있는데 갑자기 웃음소리가 나서 쳐다보니 남자들 여럿이 서 있는 여자 나체상을 안고 젖가슴을 만지며 사진을 찍고 있었다"고 했다. 그는 "가족들 보기 민망하고 왜 여자 나체상을 생뚱맞게 설치해 놓았는 지 이해가 되지 않았다"며 철거를 요청했다.
행정사무감사에서도 이같은 지적이 나왔다.
도의회 문화환경위원회 소속 정경민 의원은 지난해 경북문화관광공사를 상대로 한 행정사무감사 때 "연중 많은 관광객이 찾는 산책로에 설치된 낯 뜨거운 조각상들에 대해 끊임없이 민원을 제기함에도 아무런 조처를 하지 않는다"며 시정을 요구했다.
공사는 이 같은 의견을 받아들여 지난달 23일 조각상 2점을 철거했다.
정 의원은 “보문단지는 경북은 물론, 대한민국의 제1호 관광단지로서 앞으로도 그 위상에 걸맞은 사업이 전개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