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 사라졌던 개성배추가 돌아왔다…·8911자원 귀향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해외로 유출돼 사라졌던 개성배추 등 9000자원이 돌아왔다. 이는 농촌진흥청(청장 조재호)이 자원 주권 확보를 위해 한반도 원산자원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와 관련 국제기구에 지속적으로 반환요청을 해 온 성과다.

농진청은 국내에서 사라졌던 한반도 원산자원 83작목 8911개 유전자원을 되찾았다고 16일 밝혔다.

국가별로는 미국(3282자원), 일본(2059자원), 독일(1060자원), 러시아(351자원) 등 16개 나라 에 이른다.

우리나라 자생종과 재래종 등 다양한 농업유전자원은 일제 강점기, 한국전쟁을 거치며 많은 수가 해외로 유출됐다. 이 가운데는 1900년대 초까지 전국에서 널리 재배되다가 사라졌으나 1998년 독일로부터 되찾은 개성배추가 있다. 개성배추는 배춧속이 반쯤 찬 반결구성이고, 잎이 크고 병충해에 강한 편이다.

농진청은 되찾은 유전자원을 토대로 신품종을 육성하고 있다. 콩 품종 ‘신화’, 조 품종 ‘삼다찰’과 ‘삼다메’ 등이 대표적이다.

또 앉은뱅이 밀인 우리밀의 귀환도 이끌어냈다. 노먼 블로그 박사는 우리나라 앉은뱅이 밀을 가져가 기존 품종보다 생산량이 60% 이상 증가하는 ‘소노라 64호’라는 품종을 개발했고, 세계 기아 문제 해결에 일조한 공로로 1970년에 노벨평화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반환받는 CGMMV 저항성 멜론도 우리나라 자원으로 바이러스 피해를 줄일 수 있는 중요한 자원이라고 농진청은 설명했다.

일본은 우리나라 제주도 왕벚꽃을 가져가 150여 년간 품종을 개량해 지금의 벚나무를 만들었고, 크리스마스 트리목으로 가장 널리 이용되고 있는 구상나무는 우리나라 소나무를 미국이 가져가 개량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아직 회수되지 못한 원산자원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세계종자은행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검색한 결과, 지난해 12월 기준으로 한반도 원산자원 1만7000여 자원(한국 1만 2000·북한 5000)이 38개 나라 80개 유전자원 관리기관에서 보존되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 세계종자은행 통합 데이터베이스는 세계작물다양성재단에서 운영하는 국제 종자은행 포털사이트로 430만 이상의 식물유전자원 정보를 확보·공개하고 있다.

농진청은 세계종자은행 통합 데이터베이스 결과를 통해 알아낸 한반도 원산자원을 되찾기 위해 반환 요청 작업에 들어갈 계획이다. 우선 세계 종자은행 통합 데이터베이스에서 한반도 원산자원을 검색한 후 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보존 중인 자원과 중복성을 검토해 도입 대상 목록을 작성한다.

이후 해당 국가와 보존 기관에 원산자원 반환 협조를 요청해 유전자원이 국내로 들어오면, 식물검역을 거쳐 농업유전자원센터에 보존하게 된다. 농업유전자원센터는 반환된 유전자원을 증식해 중장기적으로 안전하게 보존하면서 정밀특성을 조사한다. 이러한 정보를 바탕으로 유전자원을 국가등록 후 다양한 소재로 분양, 활용하게 된다.

농진청은 이미 반환했거나 종자량 부족 등으로 반환이 어려운 자원을 제외한 6000여 자원에 대해 한반도 원산자원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와 국제기관에 순차적으로 분양신청을 하거나 국제협력을 요청해 반환을 추진할 방침이다.

1차적으로 온라인 분양시스템을 갖추고 있는 미국(284자원), 독일(42자원), 일본(347자원) 등 총 773자원에 반환요청을 할 예정이다. 2차는 온라인 분양시스템이 없는 그 외 22개국에서 보존하고 있는 1975자원에 대해 국제협력을 요청할 방침이다. 3차는 과수, 벼 등 수입 금지 식물 2938자원 에 대해 국내 격리 검역 온실 신축·확대 등 이용 여건 조성하면서 반환을 추진할 계획이다.

안병옥 농진청 농업유전자원센터장은 “한반도 원산자원을 보존하고 있는 나라와 기관 등에 지속해서 협조를 요청하는 등 우리나라 자원의 주권 확보 노력을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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