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희대 대법원장, 다양한 연차·경력 법관 충원해 사법 신뢰 높인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지난 25일 대법원에서 열린 대법관 후보 추천위원회에 앞서 추천위원들을 접견하며 발언하고 있다.[연합]

[헤럴드경제=최정호 기자]‘공정’과 ‘신속’을 가장 중요한 단어로 꼽았다. 특히 ‘신속’이 가장 심각한 문제라고 강조했다. 정치 사건 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재판의 장기화와 이로인한 판결 지연 사태가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은 지난 15일 취임 이후 처음으로 기자들과 만나 우리 법원의 다양한 문제와 해결 방안에 대한 소신을 밝혔다. 특히 최우선 과제로 꼽히는 재판 지연 사태의 원인으로는 인력부족을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법관 숫자 자체가 부족한 가운데 육아휴직이나 해외연수 등으로 전혀 가동되지 않는 인력이 220명, 전체 법관의 7%에 달한다”며 “법원도 오래 전부터 증원을 절실하게 추진했지만, 법안 통과가 안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관련 대법원은 국회에 계류 중인 법관 정원을 지금보다 약 300여 명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하는 법안을 현 국회 내에, 불가피하게 늦어진다면 연내 통과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

또 지나치게 까다로운 ‘경력 10년’ 임용 조건도 완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대법원장은 “배석판사는 3년, 이외 판사는 7년, 10년 식으로 자격 요건을 다양화해야 한다”며 획일적으로 10년으로 정해논 현 규정이 우수 판사 확보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지나치게 높은 판사 임용 조건이 재판지연, 또 고령화로 이어지고 다시 사법신뢰 저하로 나타나고 있다는 의미다.

법관의 전문성 강화 의지도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다양한 기술, IT, 특허 재판을 위해 현재 법관들 가운데도 다방면의 인원들이 있고, 또 기술 분야 자문하기 위해 많은 기술관들이 법원에 와서 자문하고 있다”며 “많은 전문가가 재판에 참여할 수 있게 하고, 가능하면 전문가들이 법관으로 임명돼 근무할 수 있도록 운영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을 50여일 앞두고 예상되는 정치 재판 지연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조 대법원장은 미국 엘고어·부시 사건, 그리고 최근 트럼프 후보 관련 재판 등을 언급하며 “(정치의 사법화는) 나라마다 다 비슷한 입장”이라고 피할 수 없는 문제임을 강조했다.

그는 “결국 여야의 눈치나 국민 여론에 관계없이 담담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판결문으로 쓸 수 밖에 앖다”며 “다만 신속한 재판을 위해 고등법원에서 1심을 하는 등 다양한 보완책을 연구, 논의해야 할 과제도 있다”고 전했다.

전임 대법원장 시절, 사법개혁의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추진했던 법원장 추천제는 사실상 폐지될 전망이다. 조 대법원장은 “법원 구성원이 법원장을 추천하는 나라는 단 한 곳도 없다”며 “현행 우리 법에도 추천제를 뒷받침할 근거가 없다”고 강조했다. 조 대법원장은 “올해 하반기에 전 법원 구성원의 이야기를 들을 것”이라며 “이 때 (인사제도 관련) 향후 계획까지 전 구성원에게 알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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