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전경. [연합] |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기피 인물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는 쿠팡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 소속 변호사와 노동계 등을 연이어 고소하고 나섰다.
16일 쿠팡에 따르면 물류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전날 민변 소속 권영국 변호사 등 4명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등 혐의로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소했다. 출처가 불분명한 문건을 블랙리스트라고 공개하고, 마치 회사가 조직적인 댓글부대를 운영해 여론을 조작한 것처럼 허위사실을 유포했다는 이유에서다.
아울러 쿠팡은 같은 경찰서에 CFS 물류센터 직원 A씨와 민주노총 간부 B씨도 영업비밀 누설 등 혐의로 고소했다. 쿠팡은 A씨가 같은 부서에서 근무했던 B씨와 공모해 물류센터 운영 설비 관련 자료를 포함한 수십 종의 영업기밀 자료를 빼돌려 블랙리스트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에 넘긴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쿠팡은 이 의혹을 보도한 방송사도 허위보도로 방송법 심의규정 등을 위반했다고 보고,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에 방송 중지를 요청했다. 취재팀은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로 조만간 형사고소할 방침이다.
지난 14일 권 변호사 등과 ‘쿠팡 노동자의 건강과 인권을 위한 대책위원회(대책위)’가 기자회견을 열고 쿠팡이 자사 물류센터에서 일하다 그만둔 노동자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만들었다며 엑셀 파일로 된 문건을 공개했다. 문건에는 당사자들의 이름과 근무지, 생년월일 등의 개인정보와 퇴사일, 사유, 노조 직함 등이 적혀있다.
대책위는 “쿠팡이 해당 문건을 관리하며 명단에 포함된 이들의 재취업 기회를 일정 기간 혹은 영구히 배제하려고 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는 헌법상 기본권 침해이자 근로기준법이 금지하는 취업방해 행위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대책위는 블랙리스트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고용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을 요청하는 한편 블랙리스트 피해자를 모아 쿠팡을 상대로 집단고소와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쿠팡은 직원들에 대한 인사평가를 작성·관리한 점은 인정하면서도 정당한 경영활동이라고 반박했다. 쿠팡은 입장문을 내고 “인사평가는 사업장 내에서 성희롱, 절도, 폭행, 반복적인 사규 위반 등의 행위를 일삼는 일부 사람들로부터 함께 일하는 수십만 직원을 보호하고 안전한 사업장을 만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CFS는 매년 수십만 명의 청년, 주부, 중장년분들에게 소중한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들이 안심하고 일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마저 막는다면 그 피해는 열심히 일하는 선량한 직원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쿠팡은 기자회견에서 공개된 문건이 자사의 인사평가 자료와 일치하지 않는다고도 주장했다. CFS는 “CFS 인사평가 자료에는 ‘대구센터’ 등의 표현이 존재하지 않는다”며 “심지어 CFS 인사평가 자료에는 없는 ‘노조 직함’ 항목을 임의로 추가해 조작한 자료를 기자들에게 보여주면서 CFS가 노조활동을 이유로 취업을 방해하였다고 허위 주장했다”고 밝혔다.
한편 쿠팡이 잠입취재 등을 막고자 자사에 비판적인 언론인에 대한 신상정보를 수집·관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쿠팡 측은 이와 관련해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