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그룹 인사 ‘안정 속 혁신’…중장기 전략 새판 짠다

강신호(왼쪽) CJ제일제당 신임 대표와 신영수 CJ대한통운 신임 대표. [CJ그룹 제공]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CJ그룹이 전면적인 인적 쇄신 대신 중장기 전략의 새 판을 짜기 위한 임원인사를 택했다. CJ그룹은 올해부터 2026년까지 계열사별로 비전을 마련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는 데 집중할 계획이다. 실적이 부진했던 CJ제일제당의 수장으로는 강신호 CJ대한통운 대표가 4년 만에 복귀한다. CJ대한통운에는 신영수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대표 자리에 오른다.

16일 CJ그룹은 이날 CJ제일제당·CJ대한통운 등 주요 계열사 CEO를 교체하고 임원(경영리더) 총 19명을 승진시키는 내용의 2024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지난 2021년 정기인사에서 CJ대한통운 대표이사로 부임한 강 대표는 친정인 CJ제일제당으로 돌아왔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을 맡기 전 CJ제일제당에서 비비고 브랜드를 앞세워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가정간편식(HMR) 등으로 외형을 키운 바 있다.

강 대표의 복귀는 부진한 CJ제일제당의 실적을 회복을 위한 해결사 역할을 기대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강 대표의 리더십을 높이 평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 대표는 CJ대한통운의 주요 사업부문의 구조를 혁신하고 조직문화를 체질부터 개선해 2023년 사상 최대 영업이익인 4802억원(연결기준)을 달성하는 등 실적 성장을 이끌었다.

강 대표는 1988년 그룹 공채로 입사해 CJ그룹 인사팀장, CJ프레시웨이 대표이사, CJ제일제당 식품사업부문 대표 등을 거쳤다. 2021년 CJ대한통운 대표를 역임하기 전까지는 CJ제일제당 대표를 지냈다. 강 대표는 이번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CJ그룹에서 공채 출신이 부회장으로 승진한 것은 처음이다.

CJ제일제당은 실적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이 17조8904억원, 8195억원으로 각각 전년 대비 4.7%, 35.4% 감소했다. 글로벌 시장에서 식품사업이 성장을 이어갔지만 바이오·사료·축산사업의 부진한 결과다. 바이오사업은 원재료인 원당가격 상승 부담 등으로 셀렉타의 부진으로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줄었다. 사료·축산 독립법인 CJ Feed&Care는 주요 사업국가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의 사료·축산 수요 부진에 따른 판가 하락으로 수익성이 악화됐다.

서울 중구 CJ그룹 사옥. [CJ그룹 제공]

강 대표의 후임은 신영수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대표가 맡는다. 신 대표는 신규 브랜드 ‘오네(O-NE)’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는 등 택배·이커머스 부문에서 미래형 사업모델을 성공적으로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CJ대한통운 한국사업부문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 이달 초에는 한국통합물류협회 9대 회장으로 선출됐다.

CJ그룹의 미래 성장을 이끌어갈 신임 경영리더에는 19명이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 이재현 회장이 직접 현장을 방문해 성과를 격려한 CJ대한통운과 CJ올리브영에서 각각 6명, 4명이 나왔다. CJ는 이번 인사에서도 ‘하고잡이’ 젊은 인재들을 리더로 과감하게 발탁했다. 1980년대생 6명, 1990년생 1명을 포함해, 나이나 연차에 관계없이 성과만 있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는 CJ그룹의 철학을 반영했다.

최근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CJ프레시웨이 정성필 대표와 CJ올리브영 이선정 대표, CJ푸드빌 김찬호 대표는 자리를 지켰다. 저조한 실적으로 교체설이 있었던 구창근 CJ ENM 대표도 유임한다. 2022년 10월 현 자리에 온 만큼 아직 실적에 대한 책임을 묻기에는 이르다는 평가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허민회 CJ CGV 대표도 유임한다. CJ CGV는 해외 매출 증가로 지난해 영업이익이 흑자로 돌아섰다. CJ CGV는 지난해 매출이 연결 기준 1조5458억원, 영업이익은 491억원을 기록했다.

CJ 관계자는 “‘실적 있는 곳에 승진 있다’는 기본 원칙 아래 철저히 성과 중심으로 이뤄진 인사”라며 “어려운 경영 상황 속에서도 미래 성장을 고려하여 2020년(19명) 이후 최소폭의 임원 승진을 단행했다”고 했다.

한편 CJ그룹이 해를 넘겨 임원 인사를 실시하는 건 지난 2017년 이후 처음이다.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상황에서 적임자를 찾기 위해 장고를 거듭한 것으로 전해진다.

[CJ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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