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요충지, 러시아 수중 떨어질 수 있다”…’제2 바흐무트’ 위기 가시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제54회 세계경제포럼(WEF)에서 연설하고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다보스 포럼에 참석해 전 세계에 투자와 지원을 호소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이원율 기자]러시아와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동부 격전지인 아우디이우카 사수에 온 힘을 쏟고 있다.

우크라이나 동남부 타우리아 작전전략군 사령관 올렉산드르 타르나우스키 준장은 16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15일 23시 현재 아우디이우카 상황은 어렵지만 통제가 되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도시 내 치열한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며 "가능한 모든 병력과 수단을 동원하는 중"이라고 했다. 이어 "계획대로 부대 증원이 이뤄지고 있고, 탄약 등도 추가 보급이 이뤄졌다"며 "가능한 모든 시나리오를 고려해 새 진지를 마련했다"고도 했다.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의 한복판에 있는 아우디이우카는 도네츠크의 러시아 통제 지역과 가까운 요충지다.

개전 초기부터 교전이 잦았던 이곳으로 러시아군은 지난 수개월간 병력을 집중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이 지역을 3개 방면에서 에워싸는 물량 공세로 수적 우위를 점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바흐무트에 버금가는 격전이 벌어지는 모습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전날 정례 연설에서 아우디이우카 상황을 거론하며 "우리 장병이 최대한 많은 우크라이나인 생명을 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일을 하는 중"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군은 필사적으로 방어에 나섰지만, 최근 러시아군이 점차 우위를 점하며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바흐무트를 점령당한 일이 되풀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는 중이다.

존 커비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소통보좌관은 전날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아우디이우카의 10개 지점으로 진격하며 방어선을 제압하고 있다"며 "러시아의 수중에 떨어질 위험에 처해있다"고 했다.

우크라이나 측이 탄약 지원 등을 호소하고 있지만 미국 의회에서 우크라이나 군사 지원을 위한 예산안 통과가 지연돼 전황이 더욱 악화하고 있다는 게 커비 보좌관의 설명이다.

실제로 최근 월스트리트저널(WSJ) 보도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군인들은 텔레그램 채널과 매체 등을 통해 미국 정치 소식을 듣는 데 집중하고 있다.

포병과 탄약 부족에 시달리는 아우디이우카 병사들은 미국 의회에서 공화당의 반대로 인한 미국의 추가 지원 차단 때문에 이미 부족한 탄약과 장갑차 등 무기 공급이 아예 끊길까봐 우려하고 있다.

이곳에서 러시아군과 싸우는 올렉산데르 쿠츠헤리아벤코 병장은 "우리 병사들의 목숨이 미국의 자금 지원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첫 해인 2022년 7월부터 동부 요충지 바흐무트 공략에 나서 10개월 만인 지난해 5월 이곳을 점령했다.

당시 바흐무트 전투를 주도한 러시아 민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바흐무트에서만 우크라이나군 5만명과 바그너 대원 2만명이 사망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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