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수원시 영통구 한국전력공사 경기지역본부 전력관리처 계통운영센터에서 관계자들이 전력수급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전기요금 인상 영향으로 올해 전력산업기반기금(전력기금)이 처음으로 3조원을 넘길 전망이다.
18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정부는 올해 전력기금 징수 목표액을 3조2028억원으로 잡았다. 이는 지난해 징수 목표액 2조5894억원과 비교해 23% 늘어난 수치다.
전력기금은 전기요금의 일정 비율로 걷히는 준조세로, 전력산업의 지속 발전과 기반 조성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지난 2001년 도입됐다. 전기사업법을 근거로 한다. 징수율은 6.5% 이내에서 시행령에 따라 정해진다. 2005년 12월 이후 현재 3.7%를 유지 중이다. 월 10만원의 전기요금을 냈다면 이 중 3700원은 한국전력이 아닌 정부가 가져가는 '세금'인 셈이다.
전력기금이 연간 3조원을 넘어서기는 올해가 처음이다. 정부의 위탁으로 전력기금을 운영하는 한전 전력기금사업단에 따르면 전기요금 징수 시 함께 걷는 전력기금은 지난 2016년 처음으로 2조원대에 올라섰고, 한동안 2조원대 초반에 머물렀다.
그러다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에 따른 전기요금 인상으로 2022년 이후 전력기금 징수액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놓고 '전력기금이 필요 이상으로 걷힌다', '전력기금이 뚜렷한 방향성 없이 정부 쌈짓돈처럼 쓰인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정부는 지난 2022년부터 전력기금에서 매년 약 1조3000억원의 '여유 자금'을 전기차 보조금에 주로 쓰이는 '에너지특별회계'로 넘기고 있다. 또 매년 2000억원은 '기후대응기금'에 지원된다. 현행 국가재정법상 이 같은 '회계 전출'은 가능하다.
다만 일각에서는 각 회계에서 필요한 자금은 가급적 자체 조달하는 게 재정운용 원칙에 부합한다는 견해가 있다. 즉 전력기금을 다른 회계로 넘기는 일을 당연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뜻이다.
이처럼 전력기금이 자체 사업 수행은 물론 다른 회계·기금 지원에 쓰이고 있지만, '여유 자금'은 늘어나고 있다. 매년 수조원에 달하는 전력기금이 자동으로 걷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연 평균잔액 기준으로 전력기금 내 여유 자금은 머니마켓펀드(MMF) 등 현금성 자산을 포함해 총 6715억원으로, 전년의 5893억원보다 1천억원 가까이 늘어났다.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중점 용처가 달라지는 등 전력기금 사용처를 둘러싼 논란도 지속되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편성된 2022년 전력기금 예산에 따르면 연간 사업비 2조6000여억원 중 절반에 해당하는 1조3000억원은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에 쓰였다.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재생에너지 분야 예산이 줄고 원전 지원 예산이 대폭 늘었다.
이에 따라 전력기금 부담률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있다. 이는 결국 전기요금 부담 완화와 같은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동시에 전력기금을 '전력 인프라 강화' 등 본래의 기금 목적에 맞게 사용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한 소재 분야 대기업 관계자는 "전기요금은 올랐는데 전력기금 징수율은 그대로여서 기업들 입장에서는 부담이 상당하다"며 "징수액이 많아진 만큼 징수율을 합리적으로 조정하는 방안이 검토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반면 200조원대의 부채를 짊어진 한전이 시급한 송·변전 등 전력 인프라 확충에 전력기금을 본격 투입하는 등 관련 자금을 전략적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있다.
유승훈 서울과학기술대 에너지정책학과 교수(창의융합대학장)는 "모범 사례로 거론되는 독일의 경우 기금 부담금이 전체 요금의 절반 가까이 돼 우리나라의 3.7% 부담률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며 "기금을 용도에 맞도록 시급한 송·변전 확충 지원이나 에너지 취약 계층 돕기 등에 제대로 쓰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