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옥 돌연사, 독이 든 홍차, 전용기 추락”…푸틴에 맞서면 의문사? [세모금]

17일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있는 러시아 영사관 근처에서 알렉세이 나발니를 추모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AP]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꼽히는 반정부 운동가 알렉세이 나발니가 16일(현지시간) 옥중 의문사하면서 그동안 푸틴 정권에 반기를 든 인사들의 석연찮은 죽음이 재조명 받고있다.

나발니가 러시아 대선을 한 달 앞두고 갑자기 사망하면서 푸틴을 배후로 의심하는 암살설이 확산되고 있다. 푸틴에 맞섰던 정적들의 의문사 의혹은 2006년 영국에서 발생한 ‘홍차 독살 사건’이 대표적이다. 영국으로 망명한 전직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요원 알렉산드르 리트비넨코가 옛 동료가 전해 준 홍차를 마시고 3주만에 숨진 사건으로, 찻잔에서 방사성물질인 폴로늄이 발견됐다. 생산·유통·보관이 어려운 독성 물질이 사망 요인으로 지목됐다는 점에서 러시아 당국의 연루 의혹이 강하게 일었다.

같은 해 10월 7일에는 러시아군의 체첸 주민 학살을 고발했던 언론인 출신 야권 지도자 안나 폴릿콥스카야가 자택으로 가는 아파트 계단에서 총에 맞아 숨졌다. 사망일은 푸틴 대통령의 생일이기도 했다.

러시아 ‘올리가르히(신흥재벌)’ 보리스 베레좁스키는 2013년 런던 자택 욕실에서 목을 맨 시신으로 발견됐다. 한때 푸틴의 후원자였으나 2000년 푸틴 집권 이후 관계가 틀어져 영국으로 도피했다. 그의 목에는 ‘질식’의 흔적이 있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자동차에 설치된 폭탄이 폭발해 운전사가 숨지는 등 여러 차례 암살 위기를 넘긴 바 있다.

2015년에는 보리스 넴초프 전 러시아 총리가 모스크바 한복판에서 괴한들의 총에 맞아 숨졌고, 2022년 9월에는 러시아 최대 민영 석유업체인 ‘루크오일’의 라빌 마가노프 회장은 모스크바 병원에서 추락사했다. 마가노프 회장은 2022년 2월 시작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민간군사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지난해 8월 비행기 추락 사고로 사망한 가운데,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그의 비공식 장례식이 열렸다. [로이터]

지난해 8월에는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에브게니 프리고진이 탑승한 전용기가 추락해 전원이 사망했다. 프리고진은 지난해 6월 말 무장 반란을 시도하다 중단해 그의 신변에 위협이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끊이지 않았다.

프리고진은 반란을 포기하고 러시아에서 나와 벨라루스 수도 민스크의 한 호텔에 묵었는데, 창문이 전혀 없는 방이었다는 소문이 돌기도 했다. 당시 마크 워너 미국 상원 정보위원장은 “정말 창문 없는 호텔에 묵고 있었다면 프리고진이 푸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것이다. 푸틴과 충돌한 많은 러시아인들이 건물에서 불가사의하게 떨어져 숨졌다”고 말했다.

나발니의 명확한 사망 이유는 아직까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시신의 행방 또한 묘연하다. 연방교정청은 그가 산책 후 쓰러져 의식을 잃었다고만 밝힐 뿐 정확한 사망 이유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푸틴 체제에 저항하다 석연찮은 죽음을 맞이한 인사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2022년 2월 이후 50명이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푸틴 대통령이 배후로 지목되고 있지만 뚜렷한 개입 증거는 없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나발니마저 사망하면서 러시아에 남아 있던 푸틴의 정적이 모두 사라졌다”며 “그의 죽음이 푸틴 대통령의 러시아 내 입지를 공고하게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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