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기업, ‘양안 긴장’ 여파로 지난해 대중 투자 40% 급감

지난 17일 대만 뉴타이베이시에서 열리는 랜턴 페스티벌을 앞두고 대만 국기가 그려진 풍등이 전시돼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대만 기업의 지난해 대중국 투자가 2022년 대비 39.8% 감소했다. 이에 대해 양안(중국과 대만) 간의 긴장이 고조되면서 대만 기업이 대중국 투자를 줄이고 미국, 유럽, 일본 등 투자 다각화에 나선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19일 대만 자유시보 등 대만언론의 보도에 따르면 대만의 중국 본토 담당 기구인 대륙위원회(MAC)는 지난 17일 페이스북에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계를 인용해 이같이 발표했다.

대륙위는 지난해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 건수와 금액이 328건, 30억4000만달러(약 4조원)로 2022년 대비 39.8% 감소해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대만의 전체 대외 투자 가운데 11.4%에 불과한 수준이다.

대만 기업의 대중 투자 비중이 2010년 83.8%에서 10%대 초반으로 급감한 이유에 대해 대륙위는 “지정학적 긴장, 미·중 무역전쟁, 과학기술 전쟁의 격화에 직면한 대만 기업인이 최근 몇 년 동안 글로벌 리스크의 관리를 위한 투자 다각화에 나섰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대만 기업인이 국제 공급망 재편에 대응하기 위해 대중국 투자를 줄이고 미국, 유럽, 일본, 이른바 ‘신남향 정책’ 대상국 등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린 결과라고 풀이했다. 대만의 ‘신남향 정책’은 중국에 대한 경제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2016년 9월 공식적으로 시작한 정책으로, 대양주, 동남아시아, 남아시아와의 협력과 교류를 강화하고 있다.

대륙위는 중국의 경제 전망이 좋지 않다고 강조하면서 2024년까지 연장된 대만 기업의 ‘리쇼어링’(해외 진출 기업의 자국 복귀) 프로젝트를 많이 이용해 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이달 1일까지 303개의 기업이 이 프로젝트를 이용해 진행한 대만 투자금액은 약 1조2216억대만달러(약 51조8000억원)에 달하며, 8만7212개의 일자리 창출도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 통계에 따르면 1991년부터 2023년까지 대만 기업의 대중국 투자 승인 건수와 금액은 각각 4만5523건, 2천63억7000만달러(약 275조원)로 대만의 전체 대외 투자의 50.7%를 차지했다.

이런 가운데 한 정부 관리는 많은 대만 기업인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통치 아래 중국 경제에 대한 희망을 잃고 중국 철수를 위한 5개년 계획을 수립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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