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 [연합]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엔비디아와 경쟁하기 위해 1000억달러(약 133조원)의 자금을 모집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17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소프트뱅크가 ‘이자나기(Izanagi)’라는 이름의 AI 반도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자금 조달 규모는 총 1000억달러로 이 가운데 300억달러는 소프트뱅크가 직접 조달하고 나머지 700억달러는 외부 투자자로부터 조달한다고 알려진다. 이 과정에서 르네 하스 ARM CEO도 관련 조언을 손회장에게 하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전언이다.
최근 소프트뱅크는 2016년 투자한 ARM의 연이은 주가 상승에 힘입어 순자산가치가 2년만의 최고치인 1210억달러를 돌파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이를 통해 확보한 투자 여력을 AI 반도체에 투입해 급성장하는 AI 반도체 시장에서 주도권을 갖겠다는 게 손 회장의 복안으로 보인다.
손 회장은 AI 중에서도 특히 일반인공지능(AGI)의 잠재력을 높이 평가해 왔다. AGI는 인간 이상의 지능을 갖추고 모든 상황을 학습할 수 있는 AI를 말한다. 그는 지난해 투자자들에게 “AGI는 모든 AI 전문가가 원하는 것”이라며 “AGI가 10년 안에 현실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소프트뱅크가 가세할 경우 AI 반도체 시장에서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지난해 534억달러 규모였던 AI 반도체 시장이 성장을 이어가 2027년 1194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내다 봤다.
현재 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는 것은 70%가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엔비디아다. 그러나 관련 시장이 커지자 곳곳에서 엔비디아를 견제하려는 기업들이 나타나고 있다.
챗 GPT로 AI 열풍을 가져온 오픈 AI는 샘 올트먼
CEO의 주도 아래 자체 AI 반도체를 생산하겠다며 사상 최대인 7조달러 규모의 투자 유치에 나섰다. 이를 위해 올트먼 CEO는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정부 관계자와 접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AI 반도체 네트워트 구축을 위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 반도체 회사는 물론, 소프트뱅크와 아랍에미리트(UAE) AI 업체 G42 등에 투자 여부를 타진했다. 소프트뱅크 측은 이자나기 프로젝트와 올트먼의 제안은 별개라는 입장이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다른 빅테크 업체들도 자체 개발한 AI 반도체를 통해 엔비디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구글을 지난해 20억~30억달러를 투자해 자체 AI 반도체 100만개를 생산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