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도 안한 트럼프 “바이든이 푸틴…나는 탄압받는 나발니”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미국 미시간주 타운십에서 열린 캠페인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로이터]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 야권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의 돌연사에 사흘째 침묵을 고수하다가 자신을 나발니에 투사하며 “바이든은 푸틴”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18일(현지시간) 자신이 설립한 소셜미디어 ‘트루스 소셜’에 미국 보수언론 TIPP인사이트 사설을 공유하며 “바이든:트럼프::푸틴:나발니”라는 제목을 적었다.

TIPP인사이트는 사설에서 “나발니가 조작된 혐의로 기소돼 투옥됐고, 사회와 격리됐다”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도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같은 일을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마치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자신의 관계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나발니의 관계에 견줄 수 있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21년 1·6 의회난입 사태와 대선결과 뒤집기 시도 등으로 4차례에 걸쳐 91개 혐의로 형사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데, 그런 자신이 마치 나발니처럼 정치 탄압의 희생자라는 취지로 묘사한 것이다. TIPP인사이트는 사설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장을 그대로 반영했다.

이런 사설을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통째로 퍼온 것은 올해 미 대선을 앞두고 진보진영이 정치적 동기로 자신을 기소해 재선 도전을 방해하고 있다는 입장을 부각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지난 16일 나발니가 러시아 최북단 시베리아 야말로네네츠 자치구 제3 교도소에서 사망한 사실이 공개돼 서방에서 푸틴 대통령을 겨냥해 비판이 커지는 와중에 트럼프 전 대통령은 침묵을 고수하는 행보로 도마 위에 올랐다.

공화당 대선후보 경선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과 경쟁 중인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서 “푸틴이 그랬다. 도널드 트럼프가 칭송하고 옹호하는 그 푸틴이 그랬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재임 기간 ‘브로맨스’라는 표현이 나올 정도로 푸틴 대통령과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했던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전까지는 공식적으로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트럼프의 게시글에 미 일간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 지도자와 달리 트럼프는 푸틴의 나발니 투옥을 비판하거나, 그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추모하지 않았다. 대신 트럼프는 자신을 나발니에 빗대는 암시를 던졌다”면서 “트럼프는 미 사법 체계가 자신을 공격하고 있다는 근거없는 주장을 해왔다”고 지적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