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6조 中企 금융지원서 지방은행 제외…“거점 기업 소외”

총 76조원 규모의 중소·중견기업 금융 지원방안에 지방은행이 지원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지방은행을 주로 이용하는 지역 거점 기업들이 소외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지난 15일 중소·중견기업 지원방안의 일환으로 중소기업 대상 금리인하 특별프로그램을 시행한다. 매출하락 등으로 인해 이자부담이 늘어난 정상영업 영위 중소기업이 보유한 대출금리 5% 초과 대출에 1년간 금리를 최대 2%포인트 한도로 감면해주는 게 골자다. 지원규모는 총 5조원이다.

▶중소기업 대출, 지방은행 차주는 제외=문제는 지방은행을 이용하는 중소기업들이 지원서 배제됐다는 점이다. 해당 프로그램에는 기업은행이 2조원,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3조원을 지원한다. 이들은 오는 4월부터 각자 보유한 중소기업 대출 차주들 중 신청을 받아, 지원 조건을 충족할 경우 금리 지원을 실시할 계획이다. 6대 은행에 대출을 보유한 이들에만 혜택이 제공된다는 얘기다.

물론, 여기에 해당하는 대상자가 적지는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국내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잔액(1032조원) 중 82.7%(853조원)을 6대 은행이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6개 지방은행(부산·대구·경남·전북·광주·제주) 또한 11%(113조원)가량의 비중을 차지해 이번 지원대상에서 제외되는 중소기업들도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방은행 중소기업 대출 차주의 경우 지역 거점 중소기업의 비중이 높다. 지역 거점 기업에 대한 차별이라는 지적이 제기되는 이유다. 지방은행은 지난해 4월까지 중소기업 대출 비중 의무를 신규취급액 60% 수준으로 적용받았다. 이에 영업이 용이한 지역 거점 중소기업들을 중심으로 자산을 늘려온 바 있다. 실제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지방은행 기업대출금 중 중소기업 비중은 평균 91.1%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무엇보다 고금리·고물가 등에 따른 경기둔화 여파는 지역 거점 기업에 더 큰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개 지방은행의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가중평균치)은 0.52%로 5대 은행(0.38%)과 비교해 0.14%포인트 높았다.

부채 악화 속도도 비수도권 지역에서 더 빠르게 나타나고 있다. 법원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경기 등을 제외한 지방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 건수는 총 554건으로 전년(308건)과 비교해 79.8% 증가했다. 같은 기간 수도권 소재 법원에 신청된 법인파산 증가율은 58%로 20%포인트가량 낮았다. 지원이 더 절실한 지역 기업에 혜택이 돌아가지 않는다는 불만이 뒤따르는 이유다.

이에 금융위 관계자는 “중소기업 대출의 경우 이번 지원에 참여한 5대 은행과 기업은행이 보유한 대출이 전체 90%가량을 차지하고 있어 대상자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지방은행의 경우 이번 지원방안에 포함되지는 않았지만, 향후 고객 반응 및 자금 여력을 파악해 자체적 지원책을 시행하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지원 여력이 없다” 상생금융 여유 없어진 지방은행들=금융권에서는 이번 대규모 기업금융 지원 프로그램에 지방은행이 참여하지 않은 것이 부진한 수익성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주요 시중은행의 순이익은 계속 늘고 있지만, 지방은행의 수익성은 되려 쪼그라들면서 상생 지원에 추가로 투입할 자금 여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해졌다는 것이다.

실제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이 지난해 거둔 순이익은 12조3217억원으로 전년(12조290억원)과 비교해 2927억원(2.43%) 늘어났다. 같은 기간 6개 지방은행의 순이익은 1조5728억원에서 1조4409억원으로 1319억원(8.38%) 줄었다. 부산은행의 경우 지난해 4분기 순이익이 적자로 돌아서기도 했다.

여기에는 늘어난 비용 지출이 주요인으로 작용했다. 특히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 등에 따른 충당금 적립액이 크게 증가했다. 지방은행을 계열사로 둔 DGB·BNK·JB금융그룹이 지난해 적립한 충당금전입액은 2조18억원으로 전년(1조1592억원)과 비교해 72.6%(8426억원) 늘었다. 지방은행에만 1000억원 넘게 책정된 소상공인·자영업자 이자 캐시백 지원 비용도 몫을 보탰다.

향후 수익성 확보 전망도 마냥 긍정적이지 않다. 지방은행들은 최근 주 수익원이었던 중소기업의 건전성 우려가 커진 가운데, 대기업 대출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하지만 관련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최근 가계대출 확대 제한이 시작되며, 시중은행들 또한 대기업 대출 영업 강화를 추진하고 나섰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6개 지방은행의 대기업 대출 점유율은 전체 4.2%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은행 관계자는 “시중은행과 규모 차이를 고려할 때, 다 같이 순이익 중 일부 비율을 지원한다고 하더라도 상대적으로 작은 지방은행의 자금 상황이 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면서 “이번 정책과 별개로 지역 거점 기업들에 대한 특화 지원 사업을 추진하는 한편, 비이자이익 확대 등을 통한 수익성 향상에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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