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플랫폼법, 한·미 경제관계 부담…인터넷 업계에 공포 물결”

국내 대표적인 플랫폼기업인 네이버(왼쪽)와 카카오의 사옥 [네이버 제공]·임세준 기자

[헤럴드경제=김벼리 기자]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추진했던 ‘플랫폼 경쟁촉진법(플랫폼법)’에 대해 뉴욕타임즈(NYT)가 “한미 양국간의 경제 관계에 부담을 가중시켰으며, 인터넷 업계에 공포의 물결을 일으켰다”고 지적했다.

NYT는 16일(현지시간) ‘반독점 집행기관의 빅테크 겨냥. 이후 시작된 반발(The Antitrust Enforcers Aimed at Big Tech. Then Came the Backlash)’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플랫폼 기업을 규제하려는 한국 정부가 인터넷 업계에 공포의 물결을 일으켰다”며 “(정부가) 유럽 외 지역에서 가장 강력한 경쟁법을 제정해 주요 기술 기업의 영향력을 억제할 것이란 목소리가 크다”고 말했다.

NYT는 “공정위는 알파벳·메타·메타 등을 겨냥한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을 모델로 한 법안을 지난 12월 제안하고 특정 기업을 지배적 플랫폼으로 지정해 새로운 영역에 대한 확장을 제한할 것이라고 나섰지만 최근 갑자기 방향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플랫폼법은 독과점 지위를 누리는 플랫폼을 매출이나 시장점유율, 이용자수 등을 기준으로 사전에 지정한 뒤 자사우대·끼워팔기·멀티호밍 제한·최혜대우 등 4가지를 금지하는 법안이다. 이를 어길 시 매출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을 매길 수 있다.

공정위는 이달 초 “사전에 플랫폼 기업을 지정하는 제도를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열어놓고 의견을 수렴해 검토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했다”며 플랫폼법의 핵심 내용인 사전규제에 대해 재검토하겠다고 밝혔다.

NYT는 “한국의 업계와 소비자, 심지어 미국 정부까지 격렬하게 반발하자 더 많은 의견 수렴을 위해 법안의 공식 도입을 연기하겠다고 했으며 4월에 중요한 총선이 있는 시기인 만큼 법안이 언제 통과될지 여부는 불투명하다”고 덧붙였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NYT에 “플랫폼법이 규제의 성장 기회를 제한한다”며 “운동선수가 될 잠재력이 있는 체격이 크고 힘센 학생이 다른 학생들을 괴롭힐까봐 미리 훈련을 받지 못하는 것과 같다”이라고 말했다. 백운섭 한국플랫폼입점사업자협회 회장도 “플랫폼법이 ‘낙수효과’를 일으켜 중소·중견기업에 피해를 줄 것”이라고 우려했다.

NYT는 유럽연합이 내달 디지털시장법(DMA)을 발효하지만, 한국과는 상황이 다르다고 짚었다. NYT는 “한국과 달리 유럽에는 규제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을 만한 강력한 자국 기술 대기업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NYT는 “한국 규제 당국은 미 정부 관계자들의 항의를 받는 등 긴장된 양국 간의 경제 관계에 부담을 가중시키고 있다”고 했다. 이달 호세 페르난데스(Fernandez) 국무부 차관은 뉴스 브리핑에서 “미국이 인플레이션 감축법 등에 대해 한국 우려를 경청한 것처럼 한국도 제안된 법안(플랫폼법)에 대해 미국 우려를 고려해 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미국 상공회의소도 성명서를 내 “(플랫폼법에) 심각한 결합이 있다”고 비판했다.

NYT는 “과거엔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이 ‘보호주의 정책이 불공정한 경쟁의 장을 만들었다’고 한국 규제 당국의 과잉 대응을 비난했지만, 이번엔 한국 기업들이 반발을 주도했다”며 “공정위는 미 상공회의소와 이 법안에 대해 논의할 계획”이라고 했다.

한편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이 문제와 관련해 NYT에 서면으로 “새로운 규제는 필요하다”며 “한국의 디지털 경제가 번영하는 동안 혁신적인 서비스와 급속한 성장 이면에는 소수의 시장 독점 플랫폼에 의한 빈번한 권력 남용이 있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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