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합당 열흘만에 끝내 이준석과 결별…통합신당 ‘화학적 융합’ 실패

개혁신당 이낙연 공동대표가 19일 국회에서 최고위원회의를 하고 있다. 오른쪽은 이준석 공동대표. [연합]

[헤럴드경제=최은지·박상현·이근혁 기자] 이낙연·이준석의 개혁신당이 합당 선언 11일 만인 20일 분당(分黨)됐다. 설 연휴 깜짝 합당 선언부터 두 공동대표 간 화학적 결합이 가능하겠느냐는 의구심이 열흘이라는 짧은 시간에 현실화된 것이다. 서로 “통합 취소”, “통합 재검토” 발언이 나온 끝에 이낙연 공동대표의 결별 선언으로 새로운미래는 통합 개혁신당에서 분리하기로 했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20일 기자회견에서 “저희는 통합합의 이전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게 됐다”며 “다시 새로운미래로 돌아가겠다. 당을 재정비하고 선거체제를 신속히 갖추겠다”고 밝혔다.

양측이 정면충돌한 것은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에서 이준석 공동대표가 총선 선거 캠페인 및 정책을 결정하기로 의결하면서다. 통합신당은 합당 당시 선거대책위원장에 이낙연 공동대표로 합의했다. 새로운미래측은 이견 조정 없이 의결이 강행된 것은 이낙연 공동대표를 내보내고 ‘이준석 사당화’를 만들기 위한 기획된 의도라고 반발했다.

이 공동대표는 “2월9일의 합의를 허물고, 공동대표 한 사람에게 선거의 전권을 주는 안건이 최고위원회의 표결로 강행처리됐다”며 “그것은 최고위원회의 표결대상이 될 수 없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주주의 정신은 훼손됐다”며 “그들은 특정인을 낙인찍고 미리부터 배제하려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낙인과 혐오와 배제의 정치가 답습됐다”며 “그런 정치를 극복하려던 우리의 꿈이 짓밟혔다”고 말했다. 이번 분당 결정의 책임을 이준석 공동대표측으로 돌린 것이다.

이 공동대표는 “‘전권 위임에 대한 안건은 최고위 표결 대상이 아니다, 종합 주체들의 합의를 최고위의 의결로 바꿀 수 있다는 것이 중대한 나쁜 선례가 될 것이다, 그런 선례를 남기지 말고 오늘 중에라도 정치적 조정을 해보자, 나는 그것이 가능할 것이라고 본다’라고 제안을 했다”며 “제가 여러가지 가능성을 열어놓고 한 그 제안을 묵살했다”고 했다.

반면 이준석 공동대표는 새미래를 제외한 나머지 4개 정파(개혁신당·원칙과 상식·새로운 선택·한국의 희망)가 모두 동의했다고 반박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20일 MBC라디오 ‘시선집중’과의 인터뷰에서 “2~3일 동안 여러 정파가 물밑에서 조율했던 상황이고 이대로 선거 정책의 운용방식을 갈 수 없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이견을 조정하다 안되면 거부권 방식으로 갈 것이 아니라 나머지 4개 정파도 표결하자고 해서 동의한 것”이라고 말했다. 새미래측에서 제안한 당색깔 변경에 많은 시간이 소모됐기 때문에 결정의 속도를 위해 표결이 이뤄진 것이라고도 했다.

이낙연 “민주주의 정신 훼손…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
개혁신당 이준석, 이낙연 공동대표가 1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악수하고 있다. [연합]

이낙연 공동대표 측이 상황을 엄중하게 인식한 배경에는 이준석 공동대표 측의 ▷지도부 전원 지역구 출마 ▷선거 정책·홍보 지휘 권한 요구 ▷논란의 인물은 비례대표 출마 제한 등 세 가지 제안부터 김종인 공천관리위원장설, 이준석 공동대표의 총선 전권 의결 등 일련의 수순이 계획에 의한 것이라는 판단이 자리한다.

이낙연 공동대표가 “합의가 부서지고 민주주의 정신이 훼손되면서, 통합의 유지도 위협받게 됐다”며 “더구나 그들은 통합을 깨거나 저를 지우기로 일찍부터 기획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새미래측은 이준석 공동대표가 전날 기자들과 만나 이낙연·김종민 두 사람이 그만두면 천하람·이원욱 두 사람을 최고위원으로 임명하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을 찾아가 전권을 준 공관위원장을 주겠다고 말한 것을 두고 “전체적으로 통합파기 기획을 집행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앞서 김 전 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이낙연 공동대표를 향해 “원로로서 젊은 이준석을 소위 밀어주는 역할을 해야 한다”, “그 나이 정도 드신 분은 다음 대선 출마도 안 된다”고 밝혔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지난 수요일 회의에서 공관위원장 문제에 누군가 말씀하셨고, 당연히 이견이 없었고 이낙연 대표가 ‘그럼 이준석 대표가 김 전 위원장을 모시도록 연락해보는 방식으로 해보십시오’라고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자신은 김 전 위원장 이전에 다른 공관위원장을 제안했지만 다른 정파가 반대해 무산됐고, 김 전 위원장 영입은 이낙연 공동대표측도 동의했었다는 것이다.

반면 김 최고위원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처음에 이준석 대표가 함익병씨를 공관위원장으로 제안했지만 반대해서 끝났는데, 그것이 김 전 위원장이 제안했던 것이더라”라며 “선거운동은 이준석 전권, 공천권은 김종인 전권, 이낙연은 지역구 출마로 이낙연을 지워버리는 것이 기본적인 목적이었다”고 다시 반박했다.

이낙연측 “선거운동은 이준석, 공천권은 김종인 전권”…이준석 “특정 정파 이탈해도 계속”
개혁신당 이준석 공동대표가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제1차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최고위원, 양향자 원내대표, 이낙연 공동대표, 이 대표, 조응천, 김종민 최고위원. [연합]

이번 총선 민심의 최대 승부처로 꼽혔던 설 연휴에 급하게 합당을 선언하면서 화학적 결합을 이루지 못해 이견이 노출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합당 후 당 조직구성 논의는 전면 중단됐고, 정책 및 선거 논의도 이뤄지지 못했다고 한다.

이낙연 공동대표는 “신당 통합은 정치개혁의 기반으로서 필요했고 저는 통합을 설 연휴 이전에 이루고 싶었다”며 “그래서 크게 양보하며, 통합을 서둘렀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부실한 통합결정이 부끄러운 결말을 낳았다”고도 했다.

새미래측은 빅텐트 구성 후 이준석 공동대표의 지지층이 이탈하면서 압박을 느끼고 있는 상황을 원인으로 지목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시위를 옹호해 온 배복주 전 정의당 부대표 입당을 놓고 이준석 공동대표는 공개적으로 불편함을 드러냈었다.

김 최고위원은 “배복주 전 부대표를 비례대표에서 배제한다는 공표를 하지 않으면 협의도, 회의도 없다고 통보하고 ‘통합 재검토’ 기자회견을 하겠다고 했다”며 “이준석 공동대표가 ‘자기 지지층이 나에게 전권을 안 주면 떠나갈 것’, ‘배복주 전 부대표를 안 쫓아내면 떠나갈 것’이라고 얘기했다”고 밝혔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17일 기자회견을 예정했으나 취소했다.

이준석 공동대표는 “통합 개혁신당은 특정 정파가 이탈한다해도 계속 가겠지만 빅텐트에 대한 국민적 우려가 생길 것”이라며 “당이 생긴 지 얼마 안 돼 신뢰의 위기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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