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쇼핑앱 ‘테무깡’ 논란…“소비자 우롱” 공격적 마케팅 도마

테무에서 무료 크레딧과 선물을 얻기 위한 룰렛게임. [테무 앱 캡처]

[헤럴드경제=박병국 기자] 중국 직구 쇼핑앱 ‘테무’(Temu)가 국내에서 신규 회원을 유치하기 위해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과 무료 사은품을 뿌리는 공격적 마케팅 방식이 도마 위에 올랐다.

크레딧과 사은품을 획득하는 과정이 룰렛 게임 방식으로 이뤄지는 데다 다른 사람을 신규 회원으로 가입시키도록 유도해 일부 소비자들 사이에서 ‘사행성 조작’, ‘소비자 기망 행위’ 등의 비판이 나오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테무는 처음 회원 가입한 고객 대상으로는 무료 배송과 반품, 배송 지연 시 5300원 상당 크레딧 지급 등의 조건과 함께 패션·생활용품·전자기기 등 중국산 초저가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또 이벤트를 통해 신규 회원 여럿을 추가로 가입시키면 물건을 공짜로 주거나 현금처럼 쓸 수 있는 크레딧을 준다.

크레딧 무료 받기 코너에 들어가 룰렛 게임을 통해 결제하면 화면에 현금 10만원과 똑같이 쓸 수 있는 크레딧과 쿠폰 등 50만원어치의 혜택을 준다고 안내하고 있다. 크레딧 100코인을 모으면 혜택을 얻을 수 있다. 룰렛 게임을 몇 번 돌리다 보면 99개의 코인이 순식간에 모이고 ‘50만원 보상 교환까지 코인 1개 부족’이라는 문구가 뜬다.

카톡 등으로 친구에게 초청장을 보내 해당 친구가 신규 회원으로 가입하면 룰렛을 돌릴 기회가 또 생긴다. 문제는 친구 한 명이 신규 가입을 수락해 룰렛을 돌려도 1코인이 생기는 게 아니라 0.5 코인 등 소수점 자릿수의 코인이 나온다는 것이다. 혜택을 얻으려면 충족 화면이 나올 때까지 계속 친구를 추천해야 한다.

무료 사은품을 받는 코너의 고객 유인 방식도 비슷하다. 헤어드라이어와 여행용 가방 등 5개 사은품을 고르고 선물 상자 버튼을 누르면 결제할 금액이 점점 줄다가 마지막에 ‘100원만 절약하면 무료 사은품을 받을 수 있다’는 문구가 뜬다.

역시 친구를 가입시켜야 하는데 절약 금액은 처음에는 친구 1명당 몇 십원에서 점점 줄어 2∼3원까지 떨어진다. 사은품을 받기까지는 몇 명을 더 끌어와야 금액이 충족되는지 명확하지가 않다. 친구를 계속 가입시켜도 충족이 안 돼 포기한 뒤 테무에 항의했지만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는 대답이 돌아왔다는 반응도 있다.

일각에서는 확률 게임 방식의 회원 모집 행위와 게임 규칙 약관 등이 기준에 맞는지, 소비자 보호에 문제가 없는지 등 공정거래위원회와 소비자단체 등의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테무 앱의 크레딧 받기 규칙을 보면 ‘7명의 신규 앱 사용자 초대 시 1번째 보상 보장’, 무료 사은품 받기 규칙을 보면 ‘최대 60명의 신규 사용자를 초대해야 한다’고 적혀 있다.

네티즌들은 테무에서 무료 선물을 받으려면 통상 9명 정도를 신규 가입시켜야 하는 것으로 보고 있지만, 이 역시 불확실하다.

테무의 회원 늘리기 방식에 ‘낚시질을 당했다’며 불만을 토로하는 소비자들도 적지 않다. 다만 ‘크레딧을 받아 무료로 쇼핑했다’, ‘무료 사은품을 받았다’며 사기가 아니라는 인증 글도 많다.

‘테무깡’이라는 신조어도 등장했다. 테무에서 배달온 수십 개 상품 패키지를 풀어보는 모습을 동영상·사진으로 찍어 ‘테무깡’이라 이름 붙여 공유하기도 한다.

중국 쇼핑앱 알리익스프레스가 국내에서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면서 ‘알리깡’이라는 말이 먼저 유행한 바 있다. 알리에서 산 물건을 개봉하는 콘텐츠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면 클릭뷰와 구독자 수가 크게 늘어 ‘카드깡’하듯 수입을 쉽게 올릴 수 있다는 의미에서 ‘알리깡’이란 말이 생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근 들어서는 들어서는 테무가 국내 회원을 늘리기 위해 진행하는 이벤트에 '끈질기게' 참여해 테무에서 물건을 공짜로 받는 행위도 ‘테무깡'이라고 불리고 있다.

한편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에 따르면 국내 테무 앱 이용자 수는 작년 8월 52만명에서 지난달 570만9000명으로 10배 폭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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