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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삼성그룹 경영권 승계 관련 부당합병·회계부정 혐의 1심 선고 공판이 열리는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사옥의 모습 [연합] |
올 들어 미국 증시를 중심으로 인공지능(AI) 반도체 관련주가 뜨겁게 달아올랐지만, 삼성전자만큼은 미국발(發) 훈풍에서 크게 벗어난 모양새다. 미국 뿐만 아니라 일본·대만 증시 등에서도 주요 반도체주를 중심으로 랠리가 펼쳐졌음에도 오히려 삼성전자 주가는 ‘역주행’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 주가의 흐름과 미국 증시 내 대표 반도체 지수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 ‘역(逆)의 상관계수’는 3년 5개월 만에 가장 큰 수치를 기록한 것으로도 나타났다.
▶2월 상관계수 -0.43…1월 이어 두 달 연속 ‘마이너스’=21일 헤럴드경제는 지난 16일(미 현지시간) 종가 기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와 삼성전자 주가 흐름 간의 상관계수를 월별로 도출해 분석했다. 이 결과 두 수치 간의 이번 달 상관계수는 ‘-0.43’으로 2020년 9월(-0.63) 이후 41개월 만에 가장 강한 ‘역의 상관관계’를 보였다.
삼성전자 주가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 ‘역의 상관관계’는 올해 들어 두드러졌다. 지난달에도 두 수치 간 상관계수가 ‘-0.29’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다. 역의 상관계수가 2개월 연속 발생한 것은 2020년 8·9월(-0.47·-0.63) 이후 3년 3개월 만에 처음이다.
앞서 두 수치간 역의 상관관계는 한 달 잠깐 발생했다 그친 것이 일반적이었다. 지난해와 2022년엔 각각 4월(-0.03), 3월(-0.06)에 한 차례씩 역의 상관계수를 기록했을 뿐, 나머지 11개월간은 모두 ‘플러스’ 상관계수를 기록했다. 지난 2021년엔 2월(-0.21), 6월(-0.02), 10월(-0.09) 등 세 차례나 역의 상관계수가 나타났지만, 모두 절대적 수치도 낮았고 단발적 현상에 그쳤다.
▶HBM 경쟁 뒤처진 것이 주요인=증권업계에선 미래 먹거리인 AI 반도체 부문에 대한 삼성전자의 대응이 다소 미흡한 점이 글로벌 AI 투자 붐에서 다소 빗겨나게 요인이란 분석이 나온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내 종목 간에도 AI 부문에 대한 대응 평가에 따라 주가 흐름에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글로벌 AI용 반도체 ‘대장주’로 꼽히는 엔비디아와 2위 기업 AMD의 주가가 20일(현지시간) 종가 기준 올 들어서만 각각 44.19%, 19.56% 상승했다. 반면, AI 반도체에 대해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단 평가가 뒤따르는 인텔의 경우 올해 주가가 6.86% 하락한 바 있다.
삼성전자와 국내 반도체 ‘양대 산맥’인 SK하이닉스의 주가 흐름도 확연히 차이 난다. 전날 종가 기준 삼성전자 주가가 6.62% 하락할 동안 SK하이닉스는 반대로 5.72% 올랐다. SK하이닉스와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 간의 올해 월별 상관계수 역시도 1월 0.40, 2월 0.89로 삼성전자와 달리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강하게 동조화하는 것으로도 나타났다.
류영호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로 대표되는 국내 반도체 업계에서 글로벌 AI 반도체 랠리와 연관된 제품은 고대역폭메모리(HBM)”라며 “이 부문에서만큼은 ‘세계 1위’ AI 반도체사 엔비디아와 더 끈끈한 관계를 맺고 관련 기술을 선도하고 있는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에 앞서고 있다는 점이 주가에도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SK하이닉스는 오는 3월 세계 최초로 5세대 HBM ‘HBM3E’ 양산을 시작, 초도 물량을 엔비디아에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이어지고 있는 글로벌 HBM 경쟁에서 라이벌 삼성전자를 상대로 승기를 잡은 셈이다.
▶“HBM3E서 SK하이닉스 얼마나 빨리 따라잡냐 관건”=여전히 국내 증권가에선 중장기적으로 삼성전자 주가가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에 더 큰 무게를 두는 분위기다. 현재 시점에선 SK하이닉스에 비해 조금 뒤늦은 것으로 평가되지만, 차세대 HBM 개발-생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는 만큼 관련 모멘텀이 주가에 영향을 끼칠 것이란 점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5세대 HBM을 넘어 멀리 6세대 HBM(HBM4)에선 다시 경쟁 우위를 되찾겠단 계획이다. 최근 메모리반도체 생산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건설 중이던 평택 4공장 파운드리 시설 라인 공사에 앞서 메모리반도체 라인을 선행 시공키로 했다. HBM 생산 설비도 올해 2.5배가량 늘려 수요에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류영호 연구원은 “여전히 밸류에이션 측변에서 삼성전자는 부담이 없는 주식이란 점은 매력”이라며 “올해 1~2분기 중 AI 관련 사업 실적은 물론, 스마트폰, 서버, 가전 등의 부문에서도 실적 회복세가 뚜렷하게 나타날지 여부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신동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