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치가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화질을 제한하자 트위치에서 아프리카TV로 옮긴 BJ 양띵. [양띵 인스타그램] |
[헤럴드경제=박세정 기자] “망이용료 트집 잡고 사업 철수, 이용자 보호는?”
오늘 27일 한국 사업을 철수하는 트위치를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트위치는 미국 아마존이 보유한 개인 방송 스트리밍 플랫폼이다. 트위치는 한국 서비스를 종료하는 이유로, 한국의 비싼 망이용료를 들먹였다. 하지만 업계 안팎에선 치열해진 시장 변화에 대응하지 못해 경영을 실패 하고선, 망이용료로 화살을 돌려 책임을 떠넘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트위치의 일방적인 사업 철수로, 해당 플랫폼에서 시청자 기반을 다져온 스트리머(인터넷 방송인)는 졸지에 채널을 잃게 됐다. 크고 작은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지만 트위치는 이용자 보호에 대해선 ‘나몰라라’ 한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트위치 서비스 화면 [123rf] |
트위치는 오는 27일 한국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 2015년 국내 서비스를 시작한 지 9년 만이다. 트위치는 지난해 12월 한국 서비스 종료를 발표하면서 “다른 국가에 비해 10배가 더 높은 한국의 네트워크 수수료로 인해 더 이상 운영이 불가능한 상황에 이르렀다”며 망이용료를 서비스 철수 이유로 언급했다.
하지만 업계에선 사실 한국 서비스 철수의 진짜 이유는 트위치 ‘내부’의 경영 문제 요인이 더 크다는 지적이 나온다. 모기업의 글로벌 전략과 트위치의 한국 사업 한계로 인한 사업 철수가 더 큰 배경이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트위치의 모회사인 아마존은 2022년말부터 지난해까지 약 2만7000명 대규모 감원을 시행했다. 아마존은 트위치 소속 직원 역시 400명을 감원 한데 이어 지난달에도 500명의 감원 계획을 발표했다. 올해 1월에도 아마존이 스트리밍 관련 사업 부문에서 회사 규모 축소 위해 대규모 정리 해고를 발표한 바 있다.
트위치의 한국 사업 모델도 한계에 직면했던 상황이다. 미국 등에선 아마존프라임 멤버십 가입 시 트위치 무료 이용하는 구조이지만, 한국에선 트위치 자체의 독자적인 수익 모델을 가져가야 한다. 아프리카TV 등과 경쟁도 치열해지면서 2021년 990만명에 육박했던 트위치의 스트리머는 지난해말 700만명까지 줄어들었다. 스트리머와 플랫폼 간의 수익 배분을 통한 매출도 쪼그라들 수 밖에 없는 이유다. 월간 평균 시청률도 지속적으로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트위치 서비스 화면 [123rf] |
한국의 망사용료가 타국가의 10배라는 트위치의 주장 역시 근거가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선 모기업 아마존이 고객사에 제시한 CDN(콘텐츠 전송 네트워크) 서비스 요금 책정 기준으로 대략적인 망사용료를 가늠하고 있다.
아마존은 서비스 구간별로 ‘~524TB’에서 1GB당 0.080달러의 가격을 한국에 책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일본(0.080)과 같은 수준으로 호주·뉴질랜드(0.090)보다는 오히려 낮다.
한 업계 관계자는 “트위치가 주장하는대로 한국의 망사용료가 10배나 높다는 논리라면 모기업인 아마존도 한국 사업을 할 수 없는 수준일 것”이라며 “하지만 아마존은 시장 점유율을 70%까지 차지하면서 계속해서 한국 사업을 유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트위치에서 높은 인지도를 가졌던 스트리머 ‘침착맨’(이말년)도 트위치에서 유튜브로 ‘둥지’를 옮겼다. [침착맨 방송 갈무리] |
트위치의 일방적인 사업 철수로 인한 이용자 피해도 적지 않지만, 트위치가 내놓은 보호 대책은 전무하다. 이 때문에 이번 사례를 계기로 CP(콘텐츠 사업자)의 사업 철수 시 이용자 보호를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한편, 트위치는 앞서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화질을 제한해 이용자 불편을 야기한 바 있다. 방통위는 트위치의 사업 철수와 상관없이 이용자 피해 관련 조사를 이어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