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8816명 근무지 이탈…전날 대비 2401명 증가

20인 신촌세브란스병원의 응급실 정문. 불은 켜져 있지만 드나드는 환자와 의사가 없는 모습이다.

[헤럴드경제=이민경·김용훈·박혜원 기자] 정부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현장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 71.2%인 8816명이 사직서를 제출했다. 전공의들의 근무지 이탈로 응급실마저 멈췄다. 업무가 마비된 서울 주요 병원 응급실 입구엔 의사도, 환자도 드나들지 않고 있다.

조규홍 복지부 장관 겸 본부장은 21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열고 전날 오후 10시 기준 전국 주요 수련병원 100곳을 점검한 결과, 소속 전공의 8816명이 사직서를 냈다고 밝혔다. 전날 대비 2401명이 증가한 것이다.

사직서 제출자 중 7813명은 이날 출근하지 않았다. 아직까지 사직서를 수리한 병원은 없다. 복지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전공의 6112명 중 이미 업무개시명령을 받은 715명을 제외한 5397명의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

조 본부장은 의료계 집단행동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며 “정부는 집단행동 상황에서 중증·응급진료 체계가 유지될 수 있도록 제도 개선과 지원을 과감하게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제2차관도 회의 후 브리핑에서 “환자의 생명을 위태롭게 하면서 병원이 대비할 시간적 여유조차 주지 않고 일시에 집단적으로 사직하는게 과연 헌법상의 기본권이냐”고 반문하며 “자신들의 권리를 환자의 생명보다 우위에 두는 의사단체의 인식에 장탄식의 우려와 유감을 표한다”고 의사단체를 지적했다.

복지부의 엄포에도 불구, 전공의들은 의대 증원 정책을 전면 백지화할 것을 요구했다. 전날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홈페이지에 ‘정부는 잘못된 정책을 철회하고 비민주적인 탄압을 중단하십시오’라는 성명서를 게시했다.

성명은 “의사 수를 늘린다고 한들 저수가와 의료 소송 등의 문제를 우선적으로 해결하지 않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며 “의대 증원은 필수 의료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채 국민들의 의료비 증가로 돌아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했다.

의대생들의 집단 휴학 움직임도 점차 번져가고 있다.

교육부에 따르면 20일 오후 6시 기준 전국 40개 의대 중 27개 대학 7620명의 학생이 휴학계를 제출했다. 전날 대비 6487명이 증가한 것이다.

휴학계를 낸 학생 30명(6개교)은 군 휴학 등의 사유로 학교 측이 최종 승인을 한 상태다. 하지만 나머지 7590명의 경우 요건 충족 여부가 확인되지 않아 미승인 상태다.

수업거부가 확인된 곳은 3개교로 파악됐으며, 해당학교에서는 학생 면담, 학생 설명 등을 통해 정상적 학사운영 노력을 지속 중이라고 교육부는 설명했다.

전공의와 의대생이 투쟁의 강도를 높여가는 가운데, 의대 증원을 두고 대립하는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계속해서 평행선을 달리며 사안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인다. ‘의사 수가 부족한가’에 대해서부터 근본적인 입장차가 존재한다.

유정민 복지부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팀장과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은 전날 MBC 100분토론에 출연해 이 같은 입장 차이를 확인했다. 의대 증원에 찬성하는 측은 의사 수가 부족해 배분 문제를 악화한다고 주장한 반면, 반대 측은 높은 의료접근성을 들어 의사 수 자체가 부족하지 않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한편, 이날 한 시민단체에서 의협 집행부를 비롯해 전공의들을 고발하고 나섰다. 서민민생대책위원회(서민민생위)는 김택우 대한의사협회(의협) 비대위원장을 비롯한 집행부와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등을 비롯한 빅5병원 전공의들을 의료법위반,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서울경찰청에 고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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