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사회적 대화의 시동을 걸었다. 지난 6일 노·사·정 대표들이 모두 참석한 가운데 본회의를 연 것이다.
2년 8개월만이다. 논의의제와 회의방식에 대한 합의도 했다. 작년 5월 한국노총이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했을 때만 해도 생각하기 어려운 일이었다. 합의가 나오기까지 숨은 노력들이 있었다. 노사정 부대표자들은 지난 3개월 동안 매주 단 한 차례도 빠짐없이 만나서 협의했다. 막판까지 조율이 필요했지만 노사가 대승적 결단을 내린 것은 박수 받을 만하다.
노사정 2.6 합의의 내용은 크게 네 가지이다. 먼저 ‘지속가능한 일자리와 미래세대를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키로 했다.
지금의 노동시장으로는 대한민국의 미래가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21세기 들어 기술혁명이 산업구조와 노동환경을 파괴적으로 재구성하고 있음에도 법제와 관행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서로 관점이 달라도 노사정 공히 이대로는 공멸이라는 위기의식은 같았다.
특히 노동계는 산업전환과 불공정 격차 문제를, 경영계는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투쟁적 노사관계 문제를 해결해야 할 현안으로 봤다. 이 문제들을 특위에서 포괄적으로 다룬다.
다음으로 두 개의 의제별 위원회를 구성하기로 했다. 그 중 하나는 근로시간 문제를 논의할 ‘일·생활 균형 위원회’이다. 장시간 근로는 기술과 자본이 부족했던 우리나라가 경제성장을 이루는데 큰 기여를 했으나 이제는 여러 사회문제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노동생산성의 저하를 초래하고 근로자들의 건강과 산업재해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이와 함께 근로시간제도의 경직성도 큰 문제이다. 산업과 노동 환경이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달라졌고 업종과 기업규모에 따라 현장상황도 천차만별임에도 법에 일률적으로 근로시간 관리를 규정하여 노사 모두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지 못하고 있다. 일·생활 균형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와 출산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다른 하나는 ‘인구구조 변화 대응 계속고용위원회’이다. 최근 베이비붐세대가 고령화되면서 국가적으로 노동력 감소와 재정부담, 개인적으로 은퇴에 따른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되고 있다. 대기업 근로자들은 법정 정년연장을 바라겠지만 현행 임금체계로는 기업이 신규채용을 줄여 청년의 취업난을 가중시킬 개연성이 크다.
2013년에 법정 정년이 58세에서 60세가 되었을 때도 그랬다. 반대로 대부분 구인난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에게 정년은 현재도 의미가 없다. 이처럼 계속고용은 단순한 문제가 아니며 따져봐야 할 법적 쟁점도 많다.
마지막으로 노사정은 ‘사회적 대화의 원칙과 방향’이라는 선언문을 채택했다. 이것은 진정성을 갖고 대화에 임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미래로 한걸음 나아가고자 하는 다짐이기도 하다. 첫 회의에서 이러한 합의가 도출된 것은 드문 일로서 대화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노사관계는 대화로 풀어야 한다. 특히 사회적 대화는 당사자 간 이해득실을 따지기보다 사회의 지속가능성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 기업과 일터가 좋아져야 투자가 이루어지고 생산성이 높아진다. 그래야 임금과 근로조건도 좋아진다. 산업의 대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현행 노동법제가 노동시장을 규율할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한다. 누가 노동약자인지, 어떻게 하는 것이 그들을 보호하는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이번 노사정 2.6 합의에는 이러한 생각들이 담겼다. 국가적 공론의 장을 만드는데 경사노위가 중심 역할을 할 것이다.
김덕호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상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