野 공천파문에 하위 20%가 되레 ‘훈장’…“비명 커밍아웃, 정면돌파” [이런정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홍익표 원내대표가 21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양근혁 기자]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이 계파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논란이 거듭되는 가운데 현역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은 의원들이 줄줄이 자진 공개를 하고 있다. 지난 4년 간 의정활동에 대한 의원 개인의 불명예보다 이재명 지도부가 불공정한 공천을 행하고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2일까지 총 6명의 민주당 의원이 공천관리위원회로부터 평가 하위 20% 이하에 해당한다는 통보를 받았다고 직접 밝혔다. 김영주 국회 부의장과 김한정·박영순·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 등이다. 이들은 본회의·상임위 출석률이 높다는 점과 법안 실적 등을 언급하며 의정활동에 대한 평가가 공정하게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이에 더해 하위 평가자 다수가 친명(친이재명)계가 아니라는 점을 근거로 비명(비이재명)계를 겨냥한 ‘공천배제’가 벌어지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비명계 의원은 이날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국민들과 동료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는 의원들이 큰 불이익을 받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고 했다. 그는 하위 평가를 받은 의원들의 자진 공개에 대해 “노골적인 공천학살이 벌어지니 커밍아웃(Coming out)으로 이어지는 것”이라며 “지난 4년에 대해 자신이 있으니 정면돌파를 택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의 공천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돼 자신들에게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될 것이란 기대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김영주 부의장의 탈당 선언 이후 본인이 하위 평가자임을 밝힌 의원들은 민주당 이탈이 아닌 정면돌파를 택하고 있다. 김한정·박용진·송갑석·윤영찬 의원은 불이익을 받더라도 경선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하위 10%’에 속한 의원은 경선에서 득표의 30%를, ‘하위 20%’는 20% 감산 페널티를 각각 받는다.

송갑석 의원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이미 통보된 하위 20%를 뒤집는 것은 사실상 어렵다”며 “물론 수치의 한계가 있겠지만 숙명이라 여기고 떳떳하게 맞서겠다. 그 정도 자신감은 있다”고 강조했다. 윤영찬 의원도 지난 20일 기자회견을 통해 하위 10%에 들었다고 밝힌 뒤 “어느 누가 오더라도 물러서지 않고 당당히 맞이해 평가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열린 비공개 의원총회에서도 하위 평가자임을 공개한 의원들은 연단에 나와 지도부를 직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재명 대표의 불참과 정청래 최고위원이 의총 도중 자리를 뜨는 것에 대해서도 거센 비판이 쏟아졌다. 의총에 참석한 한 의원은 통화에서 “(이 대표가) 공천에 대해 당당하다면 왜 참석을 하지 않았겠느냐”며 “민주당의 심각한 공천 상황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고 말했다.

불공정 공천을 명분으로 민주당을 탈당해 제3지대행을 택하는 대안에 승산이 없다는 판단도 깔려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한 초선 의원은 통화에서 “페널티를 받더라도 경선을 치르는 게 이낙연 대표의 새로운미래나 이준석 대표의 개혁신당과 함께하는 것보다 쉬운 길”이라며 “나가서 당선이 될 확률이 없으니 잔류를 택하는 의원이 많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급조됐던 빅텐트가 무너진 제3지대는 탈당 유인책이 되지 못한다”며 “하위 20% 결과를 통보 받은 것을 공개하든 숨기든 민주당 후보가 되려고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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