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경제=이용경 기자] ‘테라·루나’ 폭락 사태의 핵심 인물 권도형(32) 테라폼랩스 대표와 함께 도피했다가 국내로 송환된 한창준(37) 테라폼랩스 최고재무책임자(CFO)가 21일 구속기소됐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하동우 부장검사)는 이날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사기), 자본시장법 위반(사기적 부정거래),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등 혐의로 한씨를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한씨는 다른 공범들과 함께 블록체인 기반을 가장한 지급결제 사업으로서 테라 프로젝트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는 것처럼 속여 루나 코인을 판매·거래해 최소 536억 원 이상의 부당이익을 취한 혐의를 받는다. 공범들이 취한 부당이득을 모두 합하면 4629억 원에 이른다.

테라 측은 테라 코인이 시장원리에 의한 공급조절 및 차익거래 알고리즘에 따라 가격이 고정되는 스테이블 코인이자 현실 전자상거래 업체에서도 수요 확보가 가능하다고 홍보했다. 하지만 검찰은 블록체인 지급결제 서비스는 금융규제상 허용될 수 없어 처음부터 실현이 불가능했음에도 한씨가 다른 공범들과 함께 테라 프로젝트가 성공적으로 추진되는 것처럼 전세계 투자자들을 속였다고 보고 있다.

이 밖에도 한씨는 증권신고서 제출 없이 루나 코인을 판매하는 등 증권의 모집·매출행위를 한 공모규제 위반 혐의(자본시장법 위반)와 차이페이 고객의 전자금융 결제정보 약 1억 건을 동의 없이 테라 블록체인에 기록해 무단 유출한 혐의(전자금융거래법 위반)도 받는다.

테라 코인의 발행으로 주조차익이 발생한 것처럼 속여 테라폼랩스 회사 자금 141억 원을 자신이 대표로 있는 회사에 대가없이 지급해 손해를 끼친 혐의(특경법 위반)도 있다.

특히 한씨는 테라 코인의 가격이 고정돼 실생활에서 화폐로 사용되는 것처럼 가장하기 위해 일정 가격 범위 내 대량의 매매 주문을 반복할 수 있는 ‘봇’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해외 마켓메이킹 업체들을 동원하는 등 시세 및 거래량 조작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테라·루나 폭락 직전인 2022년 4월 권씨와 한국을 떠나 도피한 한씨는 지난해 3월 몬테네그로에서 위조 여권을 사용하려다 현지 경찰에 체포됐다.

법무부는 이들에 대한 범죄인 인도를 청구하고, 서울남부지검은 지난 6일 몬테네그로 당국과 협의해 한씨의 신병을 인도받고 구속영장을 발부 받았다.

몬테네그로에 구금 중인 권씨는 현재 범죄인 인도 재판이 진행 중이다.

검찰 관계자는 “권씨도 신속히 국내로 송환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