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H지수 기초 주가연계증권(ELS) 가입자들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손실이 발생했다”며 최근 금융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잇따라 신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은 이달까지 판매사에 대한 검사를 실시하고 신속히 분쟁조정을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홍콩 H지수 ELS에 1억원을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A씨 등 홍콩 H지수 ELS 가입자 6명이 은행의 불완전판매로 인한 손해 배상을 주장하며 금감원 금융분쟁조정위원회에 분쟁조정 신청을 접수했다.
A씨는 2021년 상품 계약 당시 만 80세의 고령자였으며 난청을 앓고 있었다. 노후자금 1억원을 안전하게 예·적금에 넣어두려 은행에 방문했던 A씨는 “나라가 망하지 않는 한 원금손실이 발생할 일이 없다”는 창구 직원의 권유에 ELS에 가입했다가 돈을 날리게 됐다.
B씨는 비슷한 시기에 주택담보대출금을 상환하기 위해 은행을 찾았다가 “상품 수익이 대출 이자보다 좋다”는 직원의 말에 1억5000만원으로 홍콩 H지수 ELS에 가입하면서 이중으로 손해를 보게 된 사례다.
B씨를 포함해 나머지 가입자 5명은 모두 50~60대로, 자녀의 대학 등록금이나 노부모의 노후자금, 내 집 마련 자금 등을 관리하려고 예·적금을 들려다 은행 직원의 권유에 홍콩 H지수 ELS에 가입했다. 가입금액은 1억~2억원대이며, 원금손실 가능성 등 위험성을 알지 못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2015~2016년 홍콩 H지수 폭락에 따른 ELS 상품 손실 등 과거 사례에 대한 고지가 제대로 되지 않았으며, 상품의 기초자산이 중국 기업들로 구성된 홍콩 H지수라는 사실을 알았다면 코로나19 시기에 중국 투자를 결정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아울러 고위험 상품임에도 파생상품 관련 위험성 고지나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채 가입했다는 점 등을 들어 ▷적합성원칙 위반 ▷설명의무 및 고객보호의무 위반 ▷부당권유 ▷내부통제 부실 등에 따라 판매 은행이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앞서 2019년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때 금감원이 마련한 배상 기준안은 투자 손실액의 40~80%였는데, 이보다 배상비율이 현저히 적게 나올 경우엔 결과에 불복해 집단 민사소송 절차를 밟는 방안까지도 검토하고 있다.
이들 가입자를 대리하고 있는 법무법인 강건의 유한나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보다 분쟁조정을 통해 조속한 피해 회복을 도와드리는 게 시간적·경제적 측면에서 유리하다고 판단했다”며 “분쟁조정 결과를 받기까지 3~5개월 정도 걸리는데 단축되기를 희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감원이 마련 중인 배상안이 80세 이상 고령 피해자에는 배상비율을 가산하고 ELS 투자경험이 있으면 차감하는 식으로 알려졌는데, 그렇게 피해자를 구분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보고 대표사례를 취합했다”며 “금감원이 면밀히 조사해 기본 배상비율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콩 H지수 ELS를 판매한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의 손실 확정액은 이달 중순 6000억원을 넘어섰으며, 연말까지 손실 규모가 6조~7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금감원은 이달 말까지 판매사에 대한 현장검사를 마무리한 뒤 책임분담 기준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배상기준 마련 등 신속한 분쟁조정 추진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