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동배아도 아기”…미 법원 판결 파장 커진다

의료 기술자가 냉동 배아 및 정자 표본을 준비하는 모습 [로이터]

[헤럴드경제=김빛나 기자] 미국 앨라배마주에서 냉동 배아도 사람이라고 인정한 주(州)법원 판결이 나온 뒤 미국 사회가 혼란에 빠졌다. 낙태권 보호를 공약으로 내세운 조 바이든 행정부는 즉각 비판에 나섰다. 반면 낙태 반대 단체들은 판결을 환영했다.

21일(현지시간) 워싱턴포스트(WP)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앨라배마 주 난임치료병원들은 난임 부부가 받는 체외 인공수정(IVF) 시술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앨라배마주에서 계속 사업하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한지 등을 두고 고민하고 있다.

앞서 지난 16일 앨라배마 주 대법원은 냉동 배아도 태아이며 이를 폐기할 경우 법적 책임이 따른다고 판결했다. 쟁점은 실수로 다른 부부의 냉동 배아를 떨어뜨려 파괴한 한 환자에 대해 불법 행위에 따른 사망 혐의로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지였다.

이에 앨라배마주 대법원은 “태어나지 않은 아이도 아이”라고 판결했다.

일반적으로 체외 인공수정 시 성공 확률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난자를 채취해 인공 수정한다. 이 중 일부만 자궁에 이식하고 나머지는 냉동 보관 후 폐기한다. “해당 판결로 남은 냉동 배아 폐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WP는 보도했다.

백악관은 즉각 판결을 비판했다. 커린 장 피에르미국 백악관 대변인은 “연방 대법원이 ‘로 대 웨이드’사건을 뒤집어서 가족들이 내려야 할 결정을 정치인들이 내리게 했을 때 이런 혼란이 벌어질 것은 예정된 일”이라고 말했다.

반대로 공화당 대선 후보인 니키 헤일리는 NBC와의 인터뷰에서 “냉동 배아는 아기다”며 “그것(배아)은 생명이다. 나는 체외 인공수정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인공 수정을 한 뒤 아들을 낳았다”고 말했다.

낙태권 옹호단체인 생식권리센터(CRR) 회장 낸시 노스업(오른쪽)이 7일(현지시간) 텍사스주 오스틴 주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텍사스주에서 생명에 대한 심각한 위험에도 낙태를 거부당한 텍사스주 여성 5명은 이날 환자 건강을 위협하는 긴급상황에서 선의의 판단으로 낙태시술을 한 의사를 처벌하지 못하도록 명확히 해 달라고 요구하는 소장을 주 법원에 냈다. 이는 작년 6월 연방대법원이 낙태권을 보장하는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은 이후 임신부가 낙태 거부에 맞서 주 정부를 고소한 첫 사례라고 CRP는 전했다. [연합]

낙태 반대단체들도 이번 판결을 지지하고 나섰다. 낙태 반대단체 설립자 릴라 로즈는 “페트리 접시에서 아이들을 마음대로 만들고 다시 마음대로 파괴하는 실험에 사용하고 있다”면서 “인간을 얼음 속에 계속 둬서도, 파괴해서도 안 된다. 이것은 물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WP는 “이번 판결이 생식권을 둘러싼 논쟁에 새로운 장을 열었다”며 “낙태할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들이 타격을 입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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