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장쑤성 동부 국제 컨테이너 터미널에 BYD 전기차들이 쌓여있다. [AFP] |
[헤럴드경제=정목희 기자]미국이 대중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재편하며 미·중 디커플링(탈동조화)을 가속화하자 중국이 멕시코를 우회통로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지난해 중국에서 멕시코로 수출한 컨테이너 물동량이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해운·항공화물 운임 분석업체인 제네타는 지난해 1분기에 중국이 멕시코로 보낸 컨테이너 수는 20피트 기준 88만1000개로 2022년 68만9000개에서 27.8% 늘었다.
중국이 멕시코로 수출한 컨테이너 물동량 증가는 미국이 대중 무역 관세를 대폭 인상한 이후 이뤄졌다. 도널드 트럼프 전임 행정부는 2018년 대중 고율 관세를 부과하기 시작했고 조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그대로 승계했다. 한 술 더 떠 글로벌 공급망에서 중국을 배제하기 위한 규제가 추가됐다. 그 결과 미국 전체 수입 중 중국산 비중은 2017년 20%대에서 현재 15% 미만으로 줄었다.
이에 중국은 상대적으로 관세가 낮은 멕시코를 통한 미국 수출을 늘리고 있다. 북미 3개국 자유무역협정(FTA)인 미국·멕시코·캐나다조약(USMC)을 맺어 미국은 멕시코에 낮은 관세를 부과한다. 공교롭게도 지난해 중국의 멕시코 수출이 늘어났으며, 멕시코는 중국을 제치고 미국의 최대 수입국으로 올라섰다.
로빈 브룩스 전 국제금융협회(IIF)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미국은 세계 최대 소비시장이고 중국은 세계 최대 생산국”이라며 “이 두 세력은 어떤 식으로든 만난다”고 말했다.
중국은 멕시코 외에도 베트남, 싱가포르, 필리핀으로 생산기지를 이전하고 있다. 대미 무역흑자를 확대하고 있는 이들 국가 뒤에는 중국 제조업체의 우회 전략이 숨어있다.
특히 자동차 분야에서 중국의 대미 수출 움직임이 두드러진다. 멕시코 국립자동차부품산업협회(INA)에 따르면 멕시코에 공장을 둔 33개 중국 소유 기업이 2021년 7억1100만달러(약 9400억원)에서 지난해 11억달러(약 1조4000억원) 상당의 부품을 미국으로 수출했다.
미국은 중국산 자동차·부품에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는 반면 멕시코를 거치게 되면 세율을 크게 낮출 수 있다. 멕시코산 자동차에는 2.5%, 멕시코에서 조립된 부품에는 0~6%의 대미 수출 관세가 부과된다.
아울러 중국은 800달러 미만인 상품에 수입 관세를 면제하는 미 관세법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아밋 칸델왈 예일대 경제학자는 미 정부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면세로 반입할 수 있는 800달러 미만의 상품 수가 지난해 10억개로 2017년 이후 세 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에릭 데베탁 제네타 최고 제품 및 데이터 책임자도 “글로벌 공급망의 진정한 재편은 달성하기까지 수년이 걸리고 엄청난 양의 투자와 국가의 개입이 필요한 대규모 프로젝트”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