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참석해 있다. [연합] |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 릴레이’가 사흘째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 비상대책위원장이 정부의 구속수사 방침에 대해 “잡아가세요”라는 의견을 밝혔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은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정부의 ‘구속수사’ 언급과 관련해 “그래서 우리가 뭘 그렇게 잘못했던가요. 잡아가세요”라고 썼다. 앞서 정부는 전공의들의 집단행동을 이끈 주동자와 이들을 지원하는 배후세력에 대해 구속수사를 원칙으로 하겠다고 했다. 또 집단행동에 참여해 현장 복귀를 거부하는 전공의에 대해선 정식으로 기소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비대위원장은 경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출신으로 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전공의로 근무하다 정부의 의대증원 발표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반대해 수련포기와 사직을 결정한 상태다. 그는 지난해 9월 대전협 회장도 맡은 뒤 지난 20일 대전협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통해 비대위원장으로 선임되기도 했다.
그는 이날 오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서 정부가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지난해) 10월 의대 증원 숫자가 처음 나왔을 때도 보궐선거 이후였고, 지금도 4월10일 국회의원 선거가 있다 보니까 의료 정책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며 “저희가 요구하는 안을 어느 정도 정부가 수용한다면 언제든지 병원에 돌아갈 의향들이 다 있다. 그래서 정부가 오히려 빨리 결정을 내려서 이 문제를 해결하는 게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 정책을 총선을 위해 정치적으로 활용하고 있다고 보나’라는 진행자의 진문에는 “충분히 그런 의심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의대 정원 숫자를 2000명이나 단계적으로 늘리겠다는 것도 아니고, 한꺼번에 2000명을 4월 이전에 그리고 복지부에서 2~3월 중에 늘리겠다고 하는 게 속도를 내야 할 다른 이유가 있는가 하는 의문이 있다”고 답했다.
그는 정부가 의료계를 탄압했다고도 주장했다. 박 비대위원장은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최대한 꺼려왔었고 이유가 여러 가지 있는데 정부의 탄압이 좀 있었고 실제로 이전에도 물밑에서 압박들이 있었기 때문에 피해 왔었다”라며 “그런데 어느 정도 저희도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나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장은 의대정원 확대와 관련해 “(정원이)2000명으로 늘어나게 되면 해부학 실습도 부족해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여러 가지 문제들은 있다”면서 “지방 대학에 학생들이 입학을 잘 안하고 있으니 학생 수 유치와 학비를 위해 늘리고 싶어 했던 거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박단 대전협 비대위원장 페이스북 갈무리. |
아울러 ‘병원 전문의 채용확대 유도’와 ‘필수진료과 수가 인상’ 등이 담긴 보건복지부의 4대 필수의료 정책 패키지에 대해서도 그는 “전문의 숫자를 얼마 늘리겠다거나 늘리게 되면 필요한 재정은 어떻게 할지, 수가도 어떤 식으로 개정할지 구체적인 내용이 아무것도 없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전공의 집단행동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에 대해 그는 “저희도 충분히 알고 마음 아파하고 있다”며 “5시간 동안 총회를 하면서 사람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많이 공유했는데, 저희도 병원을 나오기 전까지 환자 곁을 지키던 사람들이고, 저만 하더라도 (20일) 마지막 근무인데 최선을 다하고 나가야 후회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으로 근무에 임했다”고 토로했다.
대전협은 전날 5시간에 걸쳐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표자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긴급 임시대의원총회를 열고 비대위 구성과 향후 대응방안을 논의했다.
대전협은 정부에 ▷의대 증원 계획 전면 백지화 ▷과학적인 의사수급 추계를 위한 기구 설치 ▷수련병원 전문의 인력 채용 확대 ▷불가항력적 의료사고에 대한 구체적인 대책 제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 ▷업무개시명령 전면 폐지 등을 요구하고 있다.
현재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에 반발해 주요 100개 수련병원 전공의의 70%가 넘는 9275명이 사직서를 냈다. 이 중 8024명은 병원을 떠났다. 정부는 현장점검에서 근무지 이탈이 확인된 6920명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