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국 ‘1등 대표주’ 중 삼성전자만 약세

한국, 미국, 일본, 대만 증시를 대표하는 각국 시가총액 1위 기업의 위상이 엇갈리고 있다. 올 들어 각국 주가지수에서 마이크로소프트(MS), 도요타, TSMC가 차지하는 시총 비중은 증가했지만, 삼성전자는 하락한 것으로 집계됐다. 각국 대표주(株)가 증시 성장을 주도하는 역할을 하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방어주에 머문다는 평가가 나온다.

2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6일 기준 코스피 안에서 삼성전자의 시총 비중은 20.9%로 지난해 연말 22.8%보다 감소했다. 이 기간 코스피 시총 합산 규모는 2055조 7579억원에서 2082조1514억원으로 증가했지만 삼성전자 시총은 468조6279억원에서 434조6002억원으로 줄었다. 올 들어 코스피 내 삼성전자 비중은 1월 중순(19일) 23%까지 올랐지만 2월 들어 21.8%로 감소한 뒤 최근 20%대까지 떨어진 것이다.

반면 MS, 도요타, TSMC는 이 기간 상승 흐름을 나타냈다. MS는 스탠더드앤푸어스500 내 비중이 6.7%에서 6.8%로 올랐다.

MS 시총이 3조 1000억달러를 웃돌았던 지난 9일 기준 7.1%까지 올랐지만,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상회하자 금리 인하 기대감 감소에 따른 주가 하락 등 영향으로 소폭 감소했다.

도요타는 지난해 말 닛케이225지수 내 비중이 6.99%였지만 1월 들어 7%대에 진입한 뒤 2월엔 8%대로 올라섰다. 지난 16일 기준 도요타는 닛케이225 시총 합산 683조268억엔 규모 중 55조6994억엔을 차지하면서 8.2%를 기록했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도요타는 7년 반만에 삼성전자 시총을 넘어서면서 아시아 2위로 올라섰다. 자동차 성능 향상으로 인한 제품 가격 인상 및 엔화 약세에 힘입은 수출 호황 등 영향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TSMC는 대만 가권지수 내 비중이 27.1%에서 29.9%로 증가하면서 가장 크게 상승했다. TSMC는 지난 15일 장중 한때 전장 대비 9.8% 급등하며 3년 7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보였다.

AI랠리에 따른 반도체 수요 급증이 예상되는 데다 애플과 첨단 패키징 대량 계약을 맺었단 소식이 영향을 미치면서다. 엔비디아의 AI 칩을 제조하는 대표적 AI랠리 수혜주로 30%대 진입도 무난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주변국 1등주가 연초 후 각국 지수를 견인하는 주도주 역할이라면 삼성전자는 방어주 역할이란 평가다.

이재만 하나증권 연구원은 “최근 국내 증시의 삼성전자는 성장주도 가치주도 아닌 방어주”라며 “방어주는 주가가 수동적으로 움직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코스피 내 비중은 미국 경기와 달러인덱스 변화에 따라 움직인다는 것이다. 달러 약세로 외국인 자금이 국내 상장지수펀드(ETF)로 유입 시 삼성전자 비중이 올라가는 식이다. 다만 “다른 종목들이 올라갈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고도 짚었다.

삼성전자는 D램에서 여전히 1위지만 고부가 첨단 반도체인 HBM(고대역폭 메모리) 주도권을 빼앗긴데다, TSMC와 파운드리 격차는 벌어졌다. 트렌드포스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파운드리 세계시장 점유율에서 TSMC는 57.9%, 삼성전자는 12.4%다.

다만 지난해 삼성 파운드리는 최대 수주(160억 달러)를 달성했고, 증권가에선 2028년께 24% 점유율까지 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원 KB증권 연구원은 “최근 모바일용 2nm(나노미터·10억분의 1m)칩을 포함한 선단 공정의 수주 증가는 삼성 파운드리 사업의 반전 계기를 마련해 향후TSMC와 대등한 경쟁이 가능하게 될 전망이다”고 했다. 유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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