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행동’ 의료계서도 균열 발생…학생간, 선후배간 내분 가시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서 제출이 시작된 지 사흘째인 22일 오전 서울의 한 대형병원 병동 모습. [김용재 기자]

[헤럴드경제=이민경·김용훈·박혜원 기자]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에 반발하며 집단행동에 착수한 각 의료계 내부에서 차츰 분열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2일 교육부에 따르면 지난 21일까지 전국 의대 재학생의 절반에 해당하는 1만1778명(34개교)가 휴학계를 내며 동맹휴학에 가세했다. 나머지 학생들은 아직까지 휴학을 결정짓지 못했거나 계속해서 학업을 이어갈 의지를 갖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미 휴학계를 낸 학생들이 이들에게도 집단행동에 동참할 것을 강요하는 분위기가 번져가고 있다.

쉽사리 휴학에 동참하지 못하는 학생들의 사정은 다양하다. 특히 장학금을 받는 학생들은 휴학을 원하지 않는다. 휴학계를 내지 않은 학생 A씨는 “저희 학교는 군 휴학이나 질병 휴학 등이 아닌 일반 휴학을 할 경우엔 장학금이 끊긴다”면서 “비싼 의대 학비를 감당하려면 부모님이 고생하시는데 다른 학생들처럼 쉽사리 결정할 문제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의대생 뿐만이 아니다. 교수 사회도 반으로 쪼개졌다. 수도권의 한 의과대학 교수는 “정원이 40명인 의학부 수업에 학생이 딱 1명 들어왔는데도 그 과목 교수가 별 말을 안했다”며 “겉으로 내보일 수 없어 말을 안 하는 것이지 속으로는 학생들이 동맹휴학 등으로 이번 정부 정책을 막길 바라는 것”이라고 귀띔했다.

국내 최고 의대인 서울대 의대 교수진 사이에선 내부 갈등이 표면화됐다.

의대 증원 반대측에 있는 정진행 서울의대교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최근 증원 찬성론자인 김윤 서울의대 교수가 의료계 파업이 6개월 이상 길어질 수 있다고 전망한 것과 관련, “무책임한 발언이자 교수로서 책임이 없는 발언”이라며 “서울대에서 공개 토론을 하자”는 제안을 했다. 김 교수 역시 이에 응해, 일정과 장소 등을 조율 중이다.

김 교수는 지난 20일 MBC 100분 토론에 의대 증원 찬성 측 인사로 나서 전공의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정 위원장은 헤럴드경제와 통화에서 “서울대 소속으로 발언을 하면 서울대 의대 교수들의 의견으로 (대중이) 알게 되는데 실상은 1%도 김 교수의 의견에 찬성하는 사람이 없다”며 “이제부터 서울대 이름은 떼고 ‘보건의료학자 김윤’으로만 발언하라고 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파국을 부르는 발언을 신중하지 않게 했다는 것이 유감”이라고 덧붙였다.

김 교수 발언으로 인한 의료계 분열 조짐은 신문광고에도 표출됐다. 대한의사협회는 지난 21일 국내 일간지에 “교수님! 제자들이 왜 그러는지는 아십니까?”라는 문구가 담긴 광고를 게재, “전공의들은 전문의가 되면 개원할 수 있다는 희망으로 중노동을 견뎌왔는데 현실은 처참하다”고 저격했다.

전공의 사회도 분열을 억누르고 있다.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대다수가 의료현장을 떠났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사람도 있다. 복지부에 따르면 21일 밤 10시까지 100개 병원의 전공의 9275명(74.4%)가 사직서를 제출했다. 어제보다 459명이 늘어난 숫자다. 8024명은 근무지를 이탈한 것이 현장점검 결과 확인됐다. 전공의 25% 가량은 아직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처럼 이탈하지 않고 남은 전공의들의 실명을 거론하면서 ‘혼자만 고고한 척 한다’는 등의 뒷말이 나오고 있다. 사직서 제출에 동참한 필수의료분과 소속 전공의 B씨는 “어쩌면 비겁하게 보일 수는 있는데 혼자 반대하면 엄청 욕먹는 분위기다. 초강경파들이 주도하는 파업 분위기에 반기를 들기가 쉽지 않다”고 밝혔다.

수사기관에서는 이같은 의료계의 집단행동 동참을 강요하는 움직임에 대해 주시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의료대란이)워낙 중대한 사안이다 보니 동향을 주시중이다. 경찰이 직접 인지수사에 나서진 않겠지만 업무방해 혐의 또는 명예훼손으로 고소 및 고발이 들어올 경우엔 수사에 나설 수 있다”고 밝혔다. 경찰은 집단행동 주동자에 대해서 향후 구속수사 가능성을 열어뒀다. 검찰도 강제수사를 포함, 신속하고 엄정하게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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