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중국 북서부 간쑤성 샤허 현 라브랑 수도원의 연례 “부처님의 태양” 의식에서 스님들이 부처의 모습을 담은 거대한 탕카 그림을 들고 있다. [신화] |
[헤럴드경제=김영철 기자] 중국의 저명한 경제학자가 소비 진작을 위해 현금 쿠폰을 신속하게 발급할 필요가 있으며, 한국 등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고 발언했다.
23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보도에 따르면 텅타이 완보신경제연구원 원장은 최근 중국 매체 이차이와 인터뷰에서 “소비를 살리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현금 쿠폰을 발급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텅 원장은 “사람은 돈이 생기면 쓴다”면서 “1달러짜리 현금 쿠폰은 소비를 3∼5달러 증폭시킨다”며 “중국은 미국과 일본, 한국, 호주, 싱가포르의 사례에서 배워야 한다. 유럽과 미국, 호주와 비교할 때 중국은 발급이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한국 정부는 출산 시 지원금을 주고 있고, 코로나19 사태 기간 여행 쿠폰을 제공하기도 했다. 텅 원장은 미국과 중국의 가처분소득도 비교했다.
지난해 중국의 1인당 가처분소득은 5455달러(약 725만원)로, 미국의 6만1242달러(약 8140만원)에 크게 못 미쳤다. 비효율적인 인프라 투자를 없애 절약한 돈을 가처분 소득으로 전환할 수 있는데, 중국의 경우 이 규모가 재작년 기준 국내총생산(GDP)의 43% 수준인 52조위안(약 9595조원)에 달한다는 것이 텅 원장의 추산이다. 그는 “소비가 또 다른 낭비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소비 회복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중국 경제 반등을 이끄는 주요 힘이었다.
최근 춘제(春節·중국의 설) 연휴 때도 중국 내 소비는 예상을 뛰어넘었다. 자국 내 여행과 영화 입장권 판매액, 서비스 산업 매출이 모두 작년보다 두 자릿수 뛰어오른 것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춘제 때 1인당 평균 지출의 감소에도 주목했다. 1인당 관광 수익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 9.5% 줄었다.
텅 원장의 주장은 중국이 올해 성장 목표와 함께 거시 경제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다음 달 초 양회(兩會·전국인민대표대회와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를 앞두고 나왔다.
하지만, 중국 당국이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홍콩의 금융 서비스 회사 기브칼 드래고노믹스의 크리스토퍼 베도르 중국 리서치 부팀장은 “중국 최고 정책 입안자들은 근본적으로 가계에 현금을 제공하는 것에 대해 매우 회의적”이라면서 “그들은 또 자주 복지주의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왔다”고 말했다.
텅 원장은 신공급주의 경제학과 소프트 밸류 이론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으며, 그의 저서 ‘소프트 밸류’는 국내에도 번역돼 출간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