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브 채널 ‘빠머스’ 캡쳐] |
[헤럴드경제=이민경 기자] 더이상 들어올 자리가 있나 싶은데도 꾸역꾸역 밀고 들어오는 퇴근길 만원 지하철. 비나 눈이 오는 날이면 옆사람의 존재 자체가 힘겹다. 백화점은 주말이면 인산인해를 이루고, 유명한 해외 프랜차이즈 식당 앞에는 대기줄이 끝도 없이 늘어서있다. ‘사람이 많다!’는 자각과 동시에 도시(서울)에 사는 것이 힘겹다고 느껴질 때 시골살이의 로망이 고개를 드는 것이다.
하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던 것일까. 시골살이의 로망이 산산히 부서졌다는 이야기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최근 귀농 유튜브 채널 ‘빠머스’ 운영자(이하 빠머스)는 ‘농사 잘 지으면 쫓겨납니다. 이래서 계약서 안 써줬구나’라는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 그는 또 ‘시골 텃세를 당한다’고 주장하면서 자신을 모함한 마을 주민 30명을 고소하고 나섰다.
이야기의 전말은 이렇다. 빠머스는 3년간 땅을 빌려 지난해부터 감 농사를 지어왔지만 1년만에 과수원에서 쫓겨날 신세가 됐다.
그는 “1년 전, 다 죽어가는 단감 과수원을 3년간 임대해 농사를 시작했다. 열심히 가꾸어 농사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나니, 갑자기 주인이 나타나 나가라고 한다”며 “주인 측에서 사전에 이야기는 없었고, 합의도 없었다”고 했다. 또 “계약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낀다. 계약서를 안 써주는 건 세금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고 했다.
빠머스는 “단감을 재배하는 내내 이상한 일들이 있었다. 나뭇가지를 부러뜨리고 감을 뜯어서 숨겨 놓았다”며 “이런 일들 때문에 불안해서 일찍 수확을 시작했다. 수확을 하러 갔더니 사람이 많고 짐도 옮겨 놨더라. 1년간 과수원에 찾아오지 않은 주인을 그날 처음 봤다”고 했다.
그는 “주인이 감을 보더니 잘 지었고 감도 맛있다고 칭찬을 하더라”며 “주인도 다른 곳에서 감농사를 짓는데 우리 감을 사고 싶다고 하더라. 선물할 거니 본인 이름으로 택배를 보내 달라더라”고 했다.
이어 “12월 중순에 과수원 주인 아주머니가 전화가 와서 뜬금없이 본인들이 농사를 짓겠다고 했다”며 “‘3년 임대하기로 했는데, 무슨 소리냐’고 물으니 ‘1년 임대로 생각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그가 “‘이장에게 3년을 보장받았다’고 하니, 과수원 주인은 ‘우리가 농사짓던 밭이 있어서 올해만 이장님 보고 농사를 지으라 했고, 학생들이 한다는 말을 언뜻 들었다’고 말했다”고 했다.
빠머스는 마을 이장이 구두 상으로 ‘3년 임대를 보장해준다’는 말을 믿고 농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당시 임대차 계약서를 써주지 않아 관련 관청에 문의했다. 알아보니 경매 낙찰받은 과수원이더라”며 “1년을 경작해야 2년 차부터 농업수당이 나온다고 하더라. 1년간 남에게 관리시켜놓고 2년 차부터 자기들은 관리 잘된 과수원에 들어와 수당을 받겠다는 것 아닌가. 완전 호구 취급당했다. 법대로 하겠다”고 했다. 그는 “농지법을 찾아봤다. 농지법에서 서면 계약 즉 계약서를 작성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하지만 증명이 가능하다면 구두 계약도 계약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고 했다.
이어 “농지 임대차 계약은 3년, 과수 경우는 5년이 원칙이라고 명시되어 있다. 1년만 계약한다는 자체가 농지법 위반”이라며 “주인이 농사를 다시 짓고 싶다면 계약 기간이 끝나기 3개월 전에는 통보를 해야 한다. 지금처럼 수확이 다 끝나고 가지치기할 때 나가라고 하는 것도 농지법 위반”이라고 말했다.
빠머스의 사례 외에도 시골살이가 마냥 쉽지 많은 않다는 이야기들을 쉽게 접할 수 있다.
이른바 ‘시골괴담’에는 집 대문 앞에 심은 과실수를 뽑아 트럭에 실어 유유히 가져간다거나, 텃밭 작물은 물론 집 마당에까지 무단으로 들어와 의자 등 살림살이를 주워간다는 등 기상천외한 이야기들이 무궁무진하다.
결국 시골 문화와 주민 텃세에 적응하지 못해 다시 도시로 돌아오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제주다. 제주살이 열풍은 지난 10년여간 이어져왔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제주로 전입한 인구(8만1508명)에서 전출한 인구(8만3195명)를 뺀 순이동 인구가 -1687명으로 집계됐다. 제주를 찾은 사람보다 떠난 사람이 더 많다는 의미다. 제주 인구가 순유출로 전환된 것은 2009년 이후 14년 만에 처음이다.
제주도에 따르면 제주는 2010년부터 인구 유입이 유출을 앞섰다. 특히 2016년 순유입 1만4632명으로 정점을 찍었다. 한 해 전입자가 평균 8만명 안팎에서 2016~2018년 10만명대로 늘었다.
통계청의 2022년 귀농어·귀촌인 통계 조사 결과에서도 귀농·귀촌 인구는 43만8012명으로 2021년(51만5434명)보다 7만7422명이 감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