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가 지난 12일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세계정부서밋에서 발언하고 있다. [로이터] |
[헤럴드경제=원호연 기자]최첨단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엔비디아가 폭증하는 매출에 힘입어 주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시장은 엔비디아의 성공으로 AI 산업의 가능성이 입증됐다며 당분간 관련 기업들의 주가 랠리를 점쳤다.
22일(현지시간) 뉴욕 증시에서 엔비디아는 하루 만에 16.4% 급등하며 구글 모회사 알파벳과 아마존을 제치고 시총 순위 3위 자리를 차지했다. 이날 하루에만 2720억달러(약 361조원)의 시가 총액이 늘었다.
주가 폭등은 전날 장 마감 후 발표된 2023년 회계연도 4분기(11~1월)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상회한 데 힘입은 결과다. 엔비디아의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65% 늘어난 221억달러를 기록해 월가 추정치인 204억달러를 웃돌았다. 영업이익은 136억달러로 전년 4분기의 12억5700만 달러의 10배에 달했다.
블룸버그와 로이터 통신은 최근 주가 상승에도 불구하고 엔비디아의 주식은 여전히 싸다는 평가를 내렸다. 주가 상승 속도보다 이익이 늘어나는 속도가 더 빨라 밸류에이션 매력이 더 높아졌다는 것이다.
자산관리업체 메인스트리트 리서치의 제임스 데머트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일부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의 주가가 너무 비싸다고 생각해 매수를 망설였지만 이는 큰 실수였다”며 “실적 발표 때마다 회사의 주가수익비율(PER)이 하락하는데 이는 순이익이 예상보다 훨씬 강력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주가를 주당순이익(EPS)로 나눈 PER이 작을수록 주식은 저평가 됐다고 볼수 있다. 엔비디아의 2024년 예상 순이익을 기준으로 한 12개월 선행 PER은 약 33배 수준으로 1년 전 45배보다 크게 낮아졌다. 4분기 EPS가 전년 동기와 비교해 무려 486% 늘었지만 주가는 그만큼 오르진 않은 결과다. 게다가 경쟁사인 AMD(49배), 마이크로소프트(34.6배), 아마존(41배)에 비해서도 낮다. 여전히 주가 상승 여력이 많이 남아 있다는 게 월가의 평가다.
이날 엔비디아의 주가 폭등에 힘입어 AMD(10.69%), ARM홀딩스(4.17%), 슈퍼마이크로컴퓨터(32.87%) 등 반도체 업체 대부분의 주가도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다.
솔리타 마르셀리 UBS 글로벌 자산관리 애널리스트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열풍에 대해 안도감을 주고 있다”면서 “AI 관련주는 단기적으로 모멘텀을 이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생성형 AI 챗GPT의 인기 이후 1년 간 이어진 AI 열풍이 점점 더 지속가능한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책임자(CEO)는 “가속 컴퓨팅과 생성형 AI가 티핑포인트(전환점)에 도달했다”며 “기업, 산업, 국가에 걸쳐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빅테크 업계가) 생성형 AI 개발을 시작한지 1년이 왰고 우리는 이 기술을 모든 산업으로 확산시키는 10년 주기의 첫 해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구글과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등 엔비디아의 가장 큰 고객 중 일부는 자체 AI 반도체를 만들며 관련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제이미 자카릭 노이버거버먼 애널리스트는 “AI는 몇년 전 메타버스처럼 과대 광고 사이클이라고 볼 수 없다”면서 “AI는 사람들이 컴퓨터와 상호작용하는 방식과 많은 사람들이 일하는 방식을 완전히 바꿀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