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을 운명 안 살리면, 살인이냐” 의사들 논란 발언에 쏟아진 뭇매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에 반발해 사직서를 내고 근무 중단을 선언한 전공의 대표들이 20일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열린 대한전공의협의회 긴급 임시대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김유진 기자] 정부의 의대 입학 정원 증원에 반대하는 전공의들이 대거 사표를 내면서 의료대란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한 의사가 온라인에 작성한 글이 빈축을 사고 있다.

지난 2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애플리케이션(앱) 블라인드에서는 본인의 직업이 의사임을 인증한 A씨가 쓴 글이 도마에 올랐다.

그는 ‘아니 근데 치료 못받아서 죽으면 살인이냐’는 제목으로 글을 올렸다. 의료계가 환자의 생명을 담보로 정부의 증원 계획에 맞서고 있다는 지적을 겨냥한 발언으로 풀이된다.

A씨는 “원래 죽을 병 걸려서 죽는 건 노화처럼 자연의 이치”라며 “죽을병 걸려서 죽을 운명인 사람 살려주면 그게 고마운 거지 죽을 운명인 사람 안 살려주면 살인이냐”고 적었다.

그러면서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선 돈도 빽(인맥)도 없으면 의사 진료도 제대로 못 봐서, 보더라도 의료 수준이 낮아 자연의 이치대로 죽어가지 않냐”고 했다. 현재 해당 글은 삭제된 상태다.

해당 글을 접한 누리꾼들은 “이 글을 쓴 사람은 의사하지 말아 달라”, “직업적 사명감을 찾을 수 없는 발언”, “살인에 가깝다”, “그런 말 함부로 했다가 벌 받는다” 등 격앙된 반응을 쏟아냈다.

논란이 된 건 온라인 상 익명 게시물만은 아니다. 지난 22일 서울시의사회가 연 증원 반대 행사에서 의대 증원을 ‘성폭행’에 비유하는 발언이 나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서울시의사회 소속 의사들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앞에서 정부의 의과대학 입학 정원 확대에 반대하는 궐기대회를 하고 있다. [연합]

좌훈정 서울시의사회 정책이사는 이날 “우리 말 듣지 않고 이렇게 정책 밀어붙이는 정부야말로 국민을 볼모로 삼은 것 아니냐. 환자가 죽으면 정부 때문”이라고 했다. 이 대목에서 참석자들은 크게 호응했다.

이어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을 향해 “야, 우리가 언제 의대 정원 늘리자고 동의했냐”며 “네 말대로라면 데이트 몇 번 했다고 성폭력 해도 된다는 말과 똑같지 않냐. 내가 피를 보고, 내 스스로 목숨을 끊을 날이 있어도 네 옷을 벗길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가 연 정례 브리핑에서는 정부를 ‘자식을 볼모로 아내를 때리는 남편’으로 비유한 발언도 나왔다.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비상대책위원회 언론홍보위원장이 22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한의사협회 회관에서 의협 비대위 정례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

주수호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환자의 생명과 건강을 볼모로 해서 이 사태를 벌인 것은 의사가 아니라 정부”라며 “매 맞는 아내가 자식 때문에 가출하지 못할 것이라고 폭력을 휘두르는 남편과 무슨 차이냐”고 했다.

지난 21일 방송된 의대 증원 주제 MBC ‘100분토론’에서는 의사 측 인사로 나온 이동욱 경기도의사회장이 “지역에 있다고 해서 의대를 성적이 반에서 20~30등 하는 데도 가고, 의무근무도 시키고 (하는 것을)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며 “산술적으로 양만 때워서 맛없는 빵을 만들어서 사회주의에서 배급하듯 (하고 있다)”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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