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금융, 글로벌 최저한세 선제대응 나선다

주요국 다국적기업에 최소 15%의 법인세를 매기는 글로벌 최저한세 제도가 도입되며, 국내 금융지주사들이 자문 용역을 추진하는 등 선제적 대응에 나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자장사’ 비판이 이어지며 해외수익 확대가 적극 요구되는 상황에서, 과세 체계 변화가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면서다.

▶“세금 더 낼까” 글로벌 최저한세 대응 나선 4대 금융=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지주들은 최근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대응과 관련해 회계법인 등을 대상으로 한 대응 자문 용역을 추진하고 있다. 신한금융은 지난달 ▷사전 영향 분석 ▷전환기 적용 면제 검토 ▷내부 프로세스 구축지원 등 내용을 담은 자문 용역을 공고했다. KB금융과 우리금융도 상반기 중 자문 용역을 실시할 계획이다. 하나금융은 글로벌 최저한세 도입 관련 자문 등 검토 작업을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글로벌 최저한세는 우리나라에 모회사를 두는 다국적 기업의 해외 자회사가 현지 최저한세율(15%)에 미달하는 세금을 낼 경우, 지주사 등 모기업에 추가 세액을 납부하게 하는 제도다. 연결 재무제표상 매출액이 7억5000만유로(약 1조원) 이상 기업을 대상으로 올해부터 적용되며, 2025년도 법인세 부과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주요 금융지주들은 우선 자문 용역을 통해 글로벌 최저한세가 해외수익 및 영업 확장 등에 미칠 영향을 분석하고, 결과에 따라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 제대로 된 영향 평가가 이루어진 곳이 없어 섣불리 예측할 수 없는 단계”라며 “수익 변화 등 파급력을 예측해 대응하겠다는 취지로 진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현재 금융지주 내부에서는 최저한세 도입에 따른 타격이 다른 산업군에 비해 적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일자리 창출 등을 통해 세제혜택을 받는 경우가 많은 제조업 등과 비교해 금융사들의 해외진출 혜택은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금융지주 해외법인 관계자는 “인력 창출 여력이 크지 않은 금융업의 특성상, 대상국에서도 진출을 환영하는 분위기는 아니기 때문에, 세제혜택 등도 보편적으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며 “현재 해외법인 확대에 힘쓰는 만큼 향후 계획된 시장 진출이나, 수익 확대 계획에 있어 제도 변화의 위험성을 점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자장사’ 비판에 해외진출 속도 높인다=실제 금융지주들은 최근 해외수익 확대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고금리에 따라 늘어난 이자이익이 순이익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정부와 여론의 ‘이자장사’ 비판이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요 은행들 또한 해외 진출을 수익 규모를 늘리기 위한 거의 유일한 신시장 개척 방안으로 삼고 있다.

이에 주요 금융지주들은 일제히 ‘글로벌 금융사 도약’을 주요 과제로 선정하기도 했다. 하나금융은 2025년까지 총수익의 40%를 해외수익으로 채우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신한금융과 KB금융은 2030년까지 해외사업 수익 비중을 30%로 달성할 계획이다. 우리금융 또한 지난해 10월 2030년까지 글로벌 수익 비중을 25%로 올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해외 진출을 위한 투자도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2023년 상반기말 기준 4대 은행이 보유한 해외자산은 196조7000억원으로 불과 5년 전인 2018년말(97조2000억원)과 비교해 2배 이상 늘어났다.

다만, 해외수익 비중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4대 은행이 지난해 상반기 벌어들인 총수익 중 해외수익 비율은 2.7~8.3% 수준으로 평균 10%를 밑돌고 있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아직은 동남아 일부 국가 등을 거점으로 삼고 해외진출 초석을 마련하는 단계”라며 “전반적으로 해외법인 투자 여력을 더 늘린 만큼, 향후 수익 개선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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