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소방서 제공] |
[헤럴드경제=김우영 기자] 지난달 경기 남양주시에서 발생한 역주행 사망 사고가 운전자의 고의 역주행 때문이 아닌 사고 직전 발생한 추돌 사고 때문인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파악됐다.
24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오전 8시께 남양주시 진건읍의 편도 4차로에서 승용차가 역주행하면서 정상 주행 중인 승합차와 덤프트럭 등 차량 4대와 잇달아 충돌했다.
이 사고로 역주행 차량의 운전자인 60대 여성 A씨가 차량 밖으로 튕겨 나가 중상을 입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끝내 숨졌다.
A씨 차량과 충돌한 차량의 운전자와 동승자 등 6명은 부상했다.
사고 당시 A씨의 차량이 반대 방향으로 주행하는 것을 목격한 피해 차량 운전자들의 신고로 역주행 사고로 알려졌다.
A씨가 숨졌기 때문에 역주행한 경위 등은 명확하게 파악되지 않았다.
경찰도 조사 초반에는 A씨가 사고 지점에서 최소 1km 이상 떨어진 곳부터 역주행한 것으로 봤다. 사고 현장에 높은 중앙분리대가 있고, 피해자들의 진술도 이에 부합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고 당시 상황을 종합해본 결과 이는 사실과 달랐다.
역주행 사고 발생 직전 A씨의 차량과 화물차의 1차 추돌 사고가 있었던 것으로 경찰은 파악했다.
연쇄 충돌 사고 지점에서 300m 떨어진 곳에서 2차로를 달리던 윙바디 트럭이 3차로로 차선을 변경하다 4차로에서 3차로로 이동하는 A씨의 차량과 추돌했다.
이로 인해 중심을 잃은 A씨의 차량은 회전하면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았다. 높은 중앙분리대로 인해 반대 차선으로 넘어가지 않은 A씨 차량은 주행 방향이 반대로 바뀌며 수백 미터를 역주행했다.
주행 방향이 바뀐 뒤에 차가 계속 달린 이유에 대해 경찰은 운전자가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경찰은 A씨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분석을 의뢰한 결과 음주운전이 아니라는 소견을 받았다.
경찰 관계자는 "1차 사고 후 A씨가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있다"며 "A씨 차량의 사고기록장치(EDR)와 블랙박스를 지방청과 국과수에 의뢰했고 현재 감정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A씨가 차량에서 튕겨 나간 이유에 대해선 경찰은 "A씨가 안전벨트를 미착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1차 사고를 낸 화물차 운전자 40대 남성 B씨를 이번 사고의 최초 원인 제공자로 판단하고 그를 교통사고처리 특례법상 치사 혐의로 입건해 두 사고 간의 인과관계를 조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