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식품제조업도 ‘상생선언’…원·하청 임금격차는 갈수록 확대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6일 북 진천군에 소재한 삼진푸드 본사에서 ‘식품제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식’에서 발언하고 있다. [고용노동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훈 기자]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상생선언이 충북지역의 식품제조업 분야까지 이어졌다. 지난해 2월 조선업 상생협약으로 시작된 원·하청 격차 해소를 위한 상생 선언은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에 이어 올 들어 경남-항공우주제조업, 충북 식품제조업까지 이어지고 있다. 다만 원·하청 임금격차는 갈수록 커지고 있어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은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고용노동부는 26일 대상㈜, ㈜삼진푸드, 충청북도와 함께 충북 진천군에 소재한 삼진푸드 본사에서 ‘식품제조업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식’을 개최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2월 조선업을 시작으로 같은 해 9월과 11월 석유화학산업, 자동차산업에서 상생협력을 위한 공동선언식이 개최됐다. 올 들어서도 지난 14일 경남-항공우주제조업 내 상생협력 공동선언이 나왔고, 이번 협약까지 총 다섯 번째 상생협력 확산을 위한 공동선언이 이어졌다.

빈 일자리율 높은 충북 식품제조업도 ‘상생선언’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14일 오후 서울 중구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열린 항공우주제조업 상생협력 공동선언식에 참석해 기념 촬영하고 있다. [연합]

식품제조업은 10인 미만 기업이 90%를 넘게 차지하는 등 다른 산업에 비해 소규모사업장 비율이 상당히 높고, 낮은 수준의 근로 여건으로 인력난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식품제조업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빈일자리율을 보이는 충북의 주요 산업으로서 지역과 업계가 함께 당면 과제를 풀어갈 필요가 있다.

고용부는 "원청 및 협력업체와 함께 충청북도가 참여하는 상생협의체를 구성해 협력사의 수요를 반영한 상생협약 과제가 발굴되도록 적극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날 선언의 주요 내용을 보면, 원청은 ▷협력사 근로자의 근로조건 개선 ▷협력사의 숙련인력 확보 ▷협력사의 기술경쟁력 제고 ▷공정거래 관계 등 안정적인 경영환경 조성 등에 힘쓰고, 협력업체는 ▷자사 근로자의 근로조건 향상 및 역량 강화 △연구개발생산성 향상 노력 등에 나선다. 정부와 충북도는 원청과 협력사의 자발적인 노력에 상응해 제반 사항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이정식 장관은 "지역과 업종을 아우르는 새로운 사회적 대화를 통해 양질의 지역 일자리 창출, 지방으로의 인력 유입, 지역 경제 활성화로 이어지는 선순환의 생태계가 조성될 것"이라며 "정부는 대기업 노·사가 협력사 근로자의 복지 개선을 위해 재원을 형성하는 것을 지원하고, 취약근로자의 권익 보호 및 이해 대변을 위해 커뮤니티 센터와 소통 채널을 구축하는 신규사업들을 시행하는 등 상생모델을 뒷받침하기 위한 행정적, 재정적 지원방안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원·하청 임금격차 갈수록 확대…’협약 이행’은 하세월
삼성중공업 거제 조선소 전경 [삼성중공업 제공]

다만 정부의 이런 노력에도 원하청 근로자들의 임금격차는 좀처럼 그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말 고용부가 발표한 ’2022 회계연도 기업체노동비용조사 결과’를 보면 300인 이상 기업체의 지난해 월평균 노동비용은 760만8000원으로 한해 전(712만9000원)보다 6.7% 증가한 반면, 같은 기간 300인 미만의 노동비용(480만3000원)은 0.7% 상승에 그쳤다.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해소하려면 정부가 상생 협약 이행 여부를 보다 강제할 수단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해당 협약이 ‘자율’에 의한 원·하청 간 협약인 탓에 정부가 강제할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협약 이후 해당 협약이 이행되는 과정은 험난하다. 상생협약 첫 사례였던 조선업종 협력사 근로자 임금체불을 예방하기 위한 에스크로 도입만 해도 협약 체결 후 1년이 지나서야 도입됐다.

에스크로는 원청이 협력사에 기성금을 줄 때 인건비 항목을 에스크로 계좌에 보내고, 협력사 근로자는 에스크로 계좌에서 임금을 받는 방식이다. 상생협약 체결 당시 에스크로를 전면 도입한 원청은 한화오션이 유일했고, HD현대중공업은 협약 후 1년여 만인 지난 5일 에스크로를 전면 도입했다. 고용부 관계자는 "30차례가 넘는 협의를 통해 하청업체를 설득하는 과정이 필요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 상생협약의 첫 번째 조항이 ‘원청 적정 기성금 지급, 하청 임금인상률 인상’ 역시 정부가 개입할 방법은 없다. 특히 적정 기성금 지급 문제는 원청과 협력사와의 계약관계인 만큼 ‘경영상 비밀’인 만큼 정부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다만 고용부는 "적정 기성금을 지급하는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11월말 한국 경제성장률을 낮춰 잡으며, 대·중소기업 간 생산성 격차 완화와 노동시장 이중구조 해소 필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Print Friendl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