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저가 세계 최초 개발한 HBM3E 12H D램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제공] |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D램을 12단 쌓아 올린 5세대 고대역폭 메모리(HBM3E) 개발에 성공했다. 데이터 처리 용량이 업계 최대 수준인 36GB(기가바이트)에 달하는 고용량 제품이다. 인공지능(AI) 시장의 고도화로 고용량 HBM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삼성전자는 이번 12단 HBM3E를 ‘터닝포인트’로 삼아 차세대 시장 선점에 본격 나설 방침이다. ▶관련기사 3면
삼성전자는 27일 5세대 HBM으로 불리는 HBM3E 12단 D램 개발에 성공하고 샘플을 고객사에 공급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올해 상반기 양산 예정이다. HBM은 D램을 여러 층으로 쌓아 올린 형태의 메모리다. 기존 D램보다 데이터 처리 속도가 빨라 AI 서버처럼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해야 하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삼성전자가 이번에 개발한 HBM3E 12단 제품은 초당 최대 1280GB의 대역폭을 제공한다. 초당 1280GB를 처리할 수 있어 1초에 30GB 용량의 초고화질(UHD) 영화 40여편을 업로드하거나 다운로드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칩에 수천 개의 미세한 구멍을 뚫어 칩 사이를 전극으로 연결하는 실리콘 관통 전극(TSV) 기술로 12단까지 쌓아 올렸다. 이를 통해 업계 최대 용량인 36GB를 구현했다. 성능과 용량 모두 전작인 HBM3(4세대 HBM) 8단 제품 대비 50% 이상 개선됐다.
수직으로 12단을 쌓아 올렸지만 높이는 8단 제품과 동일해 HBM 패키지 규격을 만족한다. 통상 HBM 적층 수가 증가하고, 칩 두께가 얇아지면 휘어지는 현상이 발생하지만 삼성전자는 전보다 한층 개선된 ‘열압착 비전도성 접착 필름(Advanced TC NCF)’을 활용해 이를 최소화했다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자체 개발한 NCF 기술은 필름으로 칩 사이의 갭을 채우기 때문에 갭 내 공극(void) 없이 칩을 쌓아 올릴 수 있는 것이 강점이다. 이번에 새롭게 개발된 소재를 사용하면서 품질과 수율을 한층 더 끌어올린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칩을 더 높이 쌓아 올릴수록 독자 기술이 최적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NCF 소재 두께도 지속적으로 낮춰 칩 사이 간격을 업계 최소 수준인 7㎛(마이크로미터)로 구현했다. 이를 통해 HBM3 8단 제품 대비 수직 집적도가 20% 이상 향상됐다.
삼성전자는 2026년 양산을 목표로 하는 HBM4(6세대 HBM) 16단 제품에서도 칩 사이의 갭을 완전히 없애고 칩과 칩을 완전히 붙이는 신공정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AI 서비스 고도화로 데이터 처리량이 급증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이번 HBM3E 12단 제품이 기업들에 최고의 솔루션이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특히 그래픽처리장치(GPU) 사용량이 줄어 기업들로선 총 소유비용(TCO) 절감 등 리소스 관리를 유연하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배용철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상품기획실장(부사장)은 “삼성전자는 AI 서비스를 제공하는 고객사의 고용량 솔루션 니즈에 부합하는 혁신 제품 개발에 힘쓰고 있다”며 “앞으로 HBM 고단 적층을 위한 기술 개발에 주력하는 등 고용량 HBM 시장을 선도하고 개척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김현일 기자